「중공러쉬」에 동요 않는 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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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병 요양차 미국을 방문한 인니 국방상 겸 육군참모장 「팡가베안」장군은 미 국방성과 국무성에 추가군원 및 최신무기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겠다는 「싱가포르」의 제안과 함께 인니의 이러한 대미접근은 같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인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의 가속적인 중공「러쉬」와는 판이한 대조를 보이고있다.
지난 67년8월 지역 내 관계개선으로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목적아래 창립되었던 ASEAN 5개 회원국의 이 같은「양분현상」은「인도차이나」공산화의 충격과 국내정치정세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제2의「인도차이나」』신세를 면하기 위해 중공과의 접근을 다급하게 서두른 태국과는 달리 국내정치의 안정을 얻고있는「싱가포르」의 이광요 수상이나 반공군사「쿠데타」로 좌경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인니의「수하르토」대통령은 동남아정세변화가 집권체제에 대한 도전요인이 될까봐 겁내고있다.
특히 인니는 월남과 「크메르」에 남아 돌아가는 전쟁물자가 국내에 침투, 반정부「게릴라」들의 힘을 강화시킬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러는 판국에 지난달 24일 불법화된 인니 공산당창당 55주년을 맞아 중공의 북경방송이 이들의 투쟁을 계속 지원한다는 기념「메시지」를 발표함으로써 「모슬렘」교도들과 군부의 눈치를 보아가면서 중공과 점진적인 관계개선을 꾀하던 인니의 태도는 굳어져 버렸다.
인니는 이미 미국에 대해 「헬리콥터」·경비정·경전차 등의 구입을 서두르고 있고 매년 수백만「달러」씩 되는 미군원도 거의가 육군의 장비개선에 쓰여지고 있는 형편이다.
인니를 가장 즐겁게 한 것은 「싱가포르」가 미국에 대해 군사기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광요 「싱가포르」수상은 동남아로 뻗치는 소련의 손길과 공산「게릴라」의 활동을 두렵게 생각해 오던 차에, 태국주둔미군이 곧 철수해야한다는 「타이밍」에 맞춰 「싱가포르」에 미군기지를 건설할 것을 미국에 권고한 것이다.
미국이 동남아에 계속 강력한 군사력으로 잔류해야한다는 이광요 수상의 이러한 요청은 인지사태이후 퇴조할 것 같았던 미국의 영향력이 소생할 길을 터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무튼 서로 다른 이해 속에서 중공과 미국이라는 아주 대척적인 방향으로 회전하고있는 ASEAN국가들의 외교정책은 소련의 동남아진출을 견제하려는 중공이 미군의 잔류를 희망하는 날까지는 별 갈등 없이 허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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