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에 대한 차별은 소리없는 폭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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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호 02면

2014년 소치 겨울 패럴림픽이 8일 개막됐다. 역대 최다인 45개국에서 온 547명 선수는 앞으로 9일 동안 열띤 경쟁을 펼칠 것이다. 한국은 바이애슬론을 제외한 4개 종목에 선수 27명, 임원 30여 명을 파견했다. 이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도전과 극복’을 주제로 한 개막식에 찬사를 보내며 구슬땀을 흘릴 선수들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 장애인들의 처연한 처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엔 그 안타까운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전국 약 1만7000개 표본가구에 사는 13세 이상 가구원 3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장애인은 268만 명으로 집계됐다. 인구의 5.6%, 100명 가운데 6명이 장애인이란 뜻이다.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한숨과 울음소리가 천둥이 될 것 같다. 장애인 출현율은 2000년 3.09%, 2005년 4.59%에서 2011년엔 5.6%로 높아지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가구 수로 환산해 보면 실상은 더 심각하다. 조사대상 가구의 13.9%에 장애인이 살고 있다. 7가구당 한 가구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하면 100가구당 4.58가구지만 중소도시는 100가구당 6.48가구다. ‘부부+미혼자녀’로 구성된 2대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비장애인은 44.2%인데 반해 장애인은 29.5%에 그쳤다. 이는 2대 가구의 비중이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훨씬 낮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경제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소식도 아니다. 전체 장애인의 46.2%가 월 소득 150만원 이하다. 2014년 3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월 126만원을 간신히 넘는다. 노년층 장애인이 갈수록 늘어 20대 이하가 5%인데 비해 60~80대는 70%에 육박한다. 장애의 고통을 평생 끌고 가야 할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그렇게 많은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떤가. 2011년 복지부가 13세 이상 3만8000명을 설문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3%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이 심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차별하는지에 대해선 86.1%가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럼 장애에 대한 차별은 어디에서 나온다는 말인가.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하면서도 차별하지 않았다는 태도, 그런 이중성이 우리에게 없는지 자성할 일이다. 국내에서 차별을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건너간 뇌성마비 한인 여학생이 뉴욕타임스의 장학생이 됐다는 소식은 분명 대견하고 반가운 뉴스지만, 동시에 우리의 치부를 아프게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장애인은 오늘 우리 모두의 문제다. 무상 급식, 보육 지원만큼이나 시급한 현안이다. 목소리 큰 곳에 돈이 가는 포퓰리즘을 이겨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계속 장애인의 희생에 무관심한 채 복지를 외치게 된다. 도덕적이지 못하며 건강하지 못한 사회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폭력이다. 소치 패럴림픽이 이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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