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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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극동 일원에서 핵에 관한 논의가 점차 어조를 높여가고 있다. 가까이 일본에선 종합지 『문예 춘추』 (7월호)가 권두 논문에서 정면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미국의 「공짜 핵우산』만 쓰고 있을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안보 능력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는 논리다.
일본은 이제까지 「평화 헌법」의 정신에 따라 공격형의 무장은 스스로 억제해 왔다. l967년엔 고 「사또」 수상에 의해 비핵 3원칙이 선언된 일도 있었다. 「사또」수상은 그 후에 이 공로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었다.
그러나 일본의 일각에선 이른바 「핵 알레르기」에 대한 비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인은 핵에 대해 너무 신경 과민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문예 춘추』가 「생존을 위한 연구회」라는 가면을 쓰고 「핵무장 금기」의 포기를 들고 나온 것도 이를테면 일본인의 그와 같은 잠재 심리에 영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편 세계의 지평으로 시선을 돌리면, 화해와 공존의 시대가 무색하게 핵에 관한 논의는그치지 않고 있다. 한때 「이스라엘」이나 태국도 핵 능력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핵 클럽」의 「멤버」가 미·소·중공·영·불로 한정되던 시대는 벌써 지나간 것 같다. 핵은 의외로 은밀한 확산을 하고 있는 인상마저 갖게 한다. 언젠가 외신에서 핵의 잠재력이 멀지 않아 변방국으로 퍼져 25개국으로 불어날지도 모른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난다.
핵의 개발은 전후 초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리만큼 그 비용이 저렴해졌다. 1945년 무렵만해도 g당 2백「달러」나 하던 「플루토늄」 (Pu)이 지금은 불과 8「달러로 구입할 수 있다. 「플루토늄」 핵 탄두의 생산 「코스트」는 1967년 「우·탄트」「유엔」 사무총장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당 44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4천4백만「달러」만 있으면 공장의 건설은 물론 지하 핵폭발 실험비 및 그 유지·저장비까지도 포함해서 1백개의 핵 (Pu)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 핵 폭탄의 연료로 쓰이는 「Pu」은 원자력 발전소만 있으면 그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핵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길은 현실적으로 세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핵에 결백한 것. 핵을 갖지도 않고, 외국의 핵무기를 들여 놓지도 않을 경우다. 또 다른 하나는 외국의 핵능력에 의해 보호를 받는 길. 마지막 방법은 스스로 핵무기를 소유하는 것.
이 가운데 첫째는 너무 순진하고, 둘째는 그 외국의 신뢰도와 관계가 있다. 세번째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핵의 「에스컬레이트」를 재촉할 위험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외국의 「핵우산」을 쓰고 있는 나라는 그 외국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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