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부인·3남매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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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6일 하오5시쯤 서울성북구성북동184 국채호씨(52·서울대축대교수)집에서 국씨의 부인 박정수씨(심)가 자신의 3자녀가 진행성근육위축증이라는 유전성질환으로 하체를 못쓰는 것을 비관.
장녀 지양(19·이대2년), 장남 대속군(16·D고 2년),차녀 선양(15·S여고3년)등 3자매에게 농약을 먹인 뒤 나일론 끈으로 목졸라 죽이고 박씨 자신도 안방장롱에 쇠「파이프」를 걸고「나일론」끈으로 목매 자살했다.
이들의 시차는 이날 외출했다가 돌아온 박씨의 남편 국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죽기 전 남편과 신문기자에게 남기는 유서4동을 남겼다.
남편에게 남긴 유서에서 박씨는『자식들이 몹쓸 유전병에 걸려 몸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니 피눈물이 나도록 슬퍼, 차라리 이들을 죽이고 나도 목숨을 끊는다』고 썼다.
박씨의 남편 국씨에 마르면 장녀 지양은 이 병으로 하체가 바싹 말라 보행이 불가능해져 학교까지 휴학했으며 아들과 2녀도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해 평소 부인 박씨가 이를 비관해왔다는 것이다.
진행성근육위축증은 유전성으로 신체의 근육이 약해지고 특히 하체가 말라 무력증이 오고 심하면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된다.
대개 10세 미만에서 생명을 잃으며 이같이 3자매가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극히 드물다는 것.
신문기자에게 보낸 유서에서 박씨는 『미안한 부탁입니다. 사회를 소란하게 한 죄는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조용히 가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죄 많은 여인을 용서해 주세요』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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