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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약이 되는 식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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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출신이나 과거를 기어이 따져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형편없는 친구가 저렇게 됐다느니 하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개천에서 용 났다고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출신을 따져서 도움이 되는 것이 있을까.
식품 가운데서 출신을 따지면 별 볼일 없는 듯 싶은 식품이 뜻밖에도 우수 영양식품인 게 더러 있다.
연뿌리가 그렇고 미꾸라지도 그렇다. 출생지가 비길 데 없이 지저분한 진흙 펄 속이니까.
그런데도 어느 누구하나 연뿌리나 미꾸라지의 출신을 따지지 않는다.
미나리도 마찬가지다. 습지의 진흙 속에서 뻗어 나가는 미나리가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언뜻 수긍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미나리의 출신지가 지저분한 습지임을 상기한다면 어느 누구도 날 것으로 먹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미나리는 역시 날 것으로 초장에 찍어 먹어야 특유의 향기와 제 맛을 즐길 수 있고 약효도 극대화된다.
동의보감에서는 미나리(수초)를 이렇게 예찬하고 있다.
『화흉을 그치고 양신·익정하고 사람이 미건해지며 주후의 열독을 다스리고 대 소장을 이하며 여자의 월중과 대하의 소아의 폭열을 다스린다.』
술좌석에서 조금이라도 미나리 회를 먹고 나면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번잡한 도시생활로 갖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신경쇠약에 미나리 이상 좋은 식품은 없다. 미나리는 혈맥을 보호하고 흐릿한 정신을 맑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식품에 비해 유난히 「비타민」A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비타민」B1, B2, C 및 「다이아신」도 상당량 지니고 있는 점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미나리는 고혈압을 비롯해서 치질 「류머티즘」·신경통에도 효능을 발휘한다고 전해진다.
한방에서는 식욕을 돋우어주고 대소장의 활동을 좋게 하여 변비를 없애 준다고 해서 미나리를 약제로 사용한다.
동의보감의 양신·익정이라는 예찬은 미나리가 항상 의식을 청명하게 하고 쇠약해진 정신을 튼튼하게 하며 「스태미너」를 증진시켜 준다는 뜻이다.
이렇듯 그 효능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미나리의 출신을 굳이 들추고 따져야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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