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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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인지의 불행을 강 건너 불로 봐선 안되겠다는 국가안보에 관한 경각심이 높이 고취되고있다.
전국 각처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총력 안보궐기 대회와 금주 말에 열릴 92회 임시국회는 이러한 안보관에 바탕한 것이다. 지난 10일 여의도 5·16광장에서 메아리 친 1백여만 서울 시민의 함성은 북괴의 도발을 분쇄하겠다는 국민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이러한 필승의 의지를 현실화하는 길은 국민의 총화를 봉한 국력의 배양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러한 시국일수록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활동이 활발해야 한다함은 제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회의 모든 부문이 스스로의 직분을 다할 때 국력의 내적 충실은 이룩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서둘렀어야 할 여야 정치인들이 이제 임시 국회를 소집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난에 처할수록 국회의 활동 또한 기동성 있게 활발히 전개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안보에 쏠리면 국회도 안보태세를 점검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며 정부를 뒷받침하는 일에 지체가 있어선 안 된다. 국회는 대화의 광장이며, 이를 통해 여론의 여과와 국론의 통일에 기여하는 곳이다.
여야의 활발한 토론을 거친 국회의 통일 된 의사는 대내적으로 민심을 규합하고 참외 적으로 우리의 자조단결을 과시하는데 막중한 무게를 지닌다.
또 쌍방의 지원 의욕을 고무할 뿐 아니라 우리의 내부 분열에 편승하려는 북괴의 의도를 좌절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야 어느 일방의 독주가 아니라 공동보조에 의한 국민적 단합이 과시될 때라야만 국회는 이러한 막중한 무게를 지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92회 임시국회에선 여야의 자조·협동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사실 국회 소집 과정을 볼 때 여야의 태도에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그중 우선 여당 측의 고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문제에 관해 국론분열의 인상을 회피하려는 고층은 이해되나 안보 결의문 채택 외의 모든 토론을 뒤로 미루자는 식의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
안보문제가 현 시국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라 하더라도 안보 이외의 다른 국정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도 국정전반에 대한 야당의 비판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여유와 확신이 아쉽다.
야당 또한 안보에 관한 한, 끌려가는 소극성이 아니라 흔쾌히 동참하는 적극 자세가 요망된다.
92회 임시국회에서 안보문제에 관한 우리 국민의 단결된 의지를 밝히는 결의문 채택을 계기로 우리의 안보태세 확립은 말하고 강조하는 단계에서 조용히 실천하는 단계로 발전해야겠다.
국가안보의 요체인 국력의 배양과 국민의 단결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자기 직분을 충실히 실천할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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