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한 방위선 개편 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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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아시아의 새 방위선의 핵심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 같다는 몇몇 일본신문의 추측기사는 참으로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미국무성과 국방성은 성명을 통해『전혀 근거 없는 완전한 허위보도라고 강경히 부인하고 이를 우리정부에 통고했다.·
몇몇 일본신문들의 전기한 추측기사는 최근 잇따른 미국의「포드」대통령,「키신저」국무, 「슐레징거」국방의 대한방위공약 재확인 성명에 비추어 이번과 같은 즉각적인 부인성명이 없더라도 도저히 믿기 힘든 것이었으나 이것이 공식으로 확인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1950년 1월12일 당시의 미국무장관「애치슨」씨의 이와 유사한 선언이 결국 6·25로 이어졌던 역사의 비극을 잊을 수 없는 것이며, 인지사태이후 미국이 새로운「아시아」방위정책의 검토를 시작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데서 큰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 일본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며, 또 그 일본의 안보가 한국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관계설정은 지금의 국제정치상황으로 보아 적어도 예측할 수 있는 장내에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점은「닉슨」·「사또」 성명이래 여러 차례 미-일 지도자에 의해서고 누차 확인되어 온 바와 같다.
만약 한반도가 적화된다면 일본은 재 군비의 길을 가든지 아니면 미-일 안보체제를 이탈하여 중-소에 영합하는 중립 내지 좌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일본이 현재와 같은 국제적인 안정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도 서 태평양에서 완전후퇴란 불이익을 면치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특히 강조해야 할 것은 6·25 당시와 지금 우리의 국내외적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막강한 60만국군의 방위력과 주한미군 및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존재는 당시와는 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우이 미국의 범세계적인 핵 방위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핵 기지의 존재야말로 한반도에서 오산에 의해 일어날지 모르는 북괴도발에 대한 결정적 억지 요인이다. 게다가 6·25를 체험한 한국국민의 투철한 반공태세 또한 북괴의 직·간접침략을 결단코 용납 지 않을 저지역량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는 인지사태 이후 더욱 두드두러지게 된 미의회의 신고립주의적 경향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인지에서의 공산주의자들의 승리는 6·25로 연결되었던 중국대륙에서의 공산주의자들의 승리를 연상시키는 국제적 배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고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확고한 안보태세에 있는 것이다. 군사력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경제력과 정신력을 포함한 모든 국력에 있어 우리의 주체적인 안보태세가 확고부동할 때에야만 우방미국의 안보지원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잠시고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의 지도자까지 가세하여 대한방위공약을 재차 확인한 이 계제에 우리는 자주안보태세확립을 위한 국민적 단합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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