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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선 월남」을 보는 미국의 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성턴=김영희 특파원】「피터·B·알로이스」는 늙은 월남신사에게 미국을 어떻게 보는 가고 물었다. 미국이 월남을「인수」하기 전에 프랑스 기관에서 20년 동안 근무한 이 월남신사는 의미 있는 미소로 대꾸했다.
『우리에게는 프랑스인 집에서 일본인의 아내를 거느리고, 미제무기로 무장을 하고 중국음식을 먹으면서 사는 것이 인생최대의 낙이라는 속담이 있지요.』
1970년「다낭」에서 미군에 복무를 한「알로이스」는「워싱턴·포스트」지 독자투고란에서 이런 일화를 소개하고『그런 속담이 지금은 어떻게 통하는지 궁금하다』고 말을 맺었다.
「버지니아」의「콜로니얼·하이츠」에 사는 의사「패트리·리어돈」은「리치먼드」에서 방금『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친「패트리·헨리」의 역사적 연설 2백주년기념식이 있었다면서『그 얼마나 웃기는 일이며 또 익살스럽고 부끄러운 일인가』라고 자조했다. 그는『우리는 지금 우리의 의무를 조소하면서 자유를 갈구하는 월남사람들에게 죽음을 선택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퇴역한「프랭클린·데이비스」육군소장은 자신이 월남전에서 부상을 입고 아들「스티븐·데이비스」중위는「탐키」전투에서 전사했다. 「데이비스」장군은「워싱턴·포스트」지에 『세계 최강국이 두 약소국의 죽음의 신음소리와 몸부림을「텔리비젼」을 통해서 보고만 있는 것은「뮌헨」협정(「히틀러」에게 연합국 측이「체코」침공을 부인한 협정)보다 심한 일이다』고 규탄했다.
「버지니아」주「스프링필드」에 사는「헨리·케니」라는 시민은『그래 미국이 월남 피난민을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것이 고작 비행기 2대와 거룻배2척, 예인선 5척밖에 없는가』고 추궁했고「조세핀·비티」라는 여성은 미국이 믿을 수 없는 동맹국이라는「이미지」는 중국본토를 포기했을 때,「트루먼」이「맥아더」의 한국통일전략을 좌절시켰을 때 및「쿠바」침공 계획을 중도에서 포기했을 때 이미 싹튼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선명씨의 통일교신도들은『위대한 국가는 약속을 깨뜨리지 않는다』는 구호를 들고 시위를 했고, 「스트롬·더먼드」상원의원은「포드」가 요청한 추가 군원은 미국이 지금까지 지불한 금액에 비하면「새 발의 피」라고 주장했고 뉴요크에 사는「데이비드·쿠퍼」라는 사람은『어떤 의미에서는 월남사람들이 우리의 전쟁, 즉 전체주의에 대한 자유세계의 전쟁을 대신 치르고 있다』고 외쳤다.
이같이 미국의 주요신문과 잡지들엔「인도차이나」포기를 규탄하고 지금이라도 재개입하면 자기가 먼저 달려가겠다는 독자편지가 많이 실린 다. 「사이공」의 미국대사관직원은 짐 보따리를 꾸리다가 털썩 주저앉으며『나는 미국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뉴요크·타임스」기자에게 실토했다.
그러나 미국의 인구는 2억이다. 지난 3월 갤럽여론조사 결과에는 미국인 중 인지계속지원 찬성 파는 12%, 이 달의「해리스」여론조사에서는『추가원조를 주면 유혈을 방지한다』는 데도 원조찬성은 29%뿐이었다.
의회의 독수리 파의 본거지라는 상원군사위가「포드」의 추가군원을 부결시켰으니까 미국의 여론과 의회의 대세가 어디로 흐르는지 알 만하다.
CBS방송의「월티·크롱카이도」가『인지는 끝장났다』고 여러 달 전에 말했을 때 보수적인「칼럼니스트」「제임즈·길패트리」은 미국국민들은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필패트리」이 19일 CBS-TV 좌담에서 그 말을 추궁 받자『이제 그이야기는 그만 두자』고 손을 들었다.
월남을 돕자고 절규하는 사람들, 아직도 사이공을 구제할 기회는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닉슨」전대통령이 사임직전까지 몰리는데도 계속「닉슨」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다니던 유대교목사「코르프」나 문선명의 기발한 역할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다.
보수파와 진보세력이 모처럼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것은『좀 부끄럽지만 월남에서 발을 아주 뺀 것은 기쁜 일이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 나라 여론의 주류이고 독자투고란 정도에서 월남포기는 부도덕하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그런대로 고통받는 미국의 양심을 달래는 구실 정도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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