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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블록」은 형성될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크메르」와 월남이 「크메르·루지」군과 「베트콩」에 완전 점령된다고 해서 동남아일대가 간단히 단일 공산세력권을 구성하지는 않으리라는 견해는 많은 이 지역 전문가들이 다같이 표명해온 바 있다.
67년 월남에서 사망한 월남문제 권위자 「버나드·폴」은 특히 역사적 배경을 들어 인지 3국 반정부군을 지배하는 이념은 공산주의보다 민족주의가 더 강하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의 진보과학자들이 이와 같은 견해를 발전시킨 바 있다.
이 지역의 지정학적 배경만 보더라도 월남·「크메르」·「라오스」의 반란세력이 일사불란한 공산세력으로 굳어질 전망은 크지 않다.
근대 서구식민지가 밀려오기 전 「크메르」와 「라오스」는 월남인의 침략과 박해를 받아왔기 때문에 전통적인 적대감이 상호간에 작용하고 있다. 73년 초 「쿠데타」 직후에 「크메르」정부군이 월남계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것이 하나의 예다.
그런데 월맹은 또 중국의 침략에 대항해서 싸워온 역사적 배경 때문에 중공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입장에 있다.
이처럼 중공-월맹간의 관계와 월맹-「크메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 「크메르」다.
현재 「크메르」의 반정부군은 민족주의 세력인 「시아누크」파와 「크메르」공산세력인 「키우·삼판」파 및 월맹에서 훈련을 받고 온 월맹파 등 3파가 갈라져 있다. 「시아누크」가 「프놈펜」함락을 앞두고 자기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며 앞으로 세울 정권도 비 공산·비 동맹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프놈펜」점령의 주역인 공산세를 미리 눌러 보려는 기도임이 틀림없다.
만약 그가 계속 영향력을 가질 경우 「크메르」는 월맹과는 대조적으로 친 중공노선을 걸을 것은 확실하다. 그럴 경우 월맹과 「크메르」의 관계는 동지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인접 독립국간의 관계가 될 수도 있다.
또 「베트콩」과 월맹과의 관계도 68년 구정공세 때 노획된 문서가 보여주듯 원만한 것은 못 된다.
현재의 전투가 만약 공산 측의 승리로 끝날 경우 이 모든 내부의 알력요인들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설은 소위 「도미노」이론이 허구임을 주장하는 측의 한가지 논거로 제시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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