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곡 중심의 농지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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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농지이용계획을 주곡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농정은 농가소득의 증진이라는 화폐적 척도에서 전개되어 왔던 것이나 그것이 자원파동·식량파동을 계기로 매우 불합리해졌기 때문에 이제 다시 주곡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원래 생존 농업적인 특성을 지니고있는 농촌실정으로 보거나 일인당 경지면적이 3백 평에도 미달되는 인구밀도로 보거나 이른바 상품농업·기업농업은 당초부터 성립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농정은 화폐 소득의 향상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기준에서 전개되었기 때문에 주곡생산에 이용되는 경지면적은 감소일로에 있었고 그에 비례해서 식량수입 수요는 증가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키 위해서는 결국 주곡중심으로 경지이용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며 그런 뜻에서 이번 조치는 원칙적으로 농촌실정이나 식량안보라는 각도에서 옳은 전환이라고 보아야한다.
그러나 정책의 전환에 따른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지 않는다면 부분적이나마 농가소득을 감퇴시키는 모순이 파생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깊이 배려해야 한다.
우선 경지 면적 당 화폐수단으로 본다면 아직도 주곡생산이 크게 불리한 것을 숨길 수 없다. 그러므로 주곡 중심의 경지이용 때문에 농가소득이 후퇴하는 몫을 곡가 지지정책으로 보상한다는 대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종래 농가들이 고등원예 등으로 올리던 수익을 곡가 지지로 보상해주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주곡증산에 연결될 만한 작부면적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답리작 재배를 확대함으로써 맥류 증산을 유도한다는 것은 주곡자급을 위해서 절대적인 요청이다.
그러나 곡가 체계를 지금과 같은 쌀 중심에서 맥가 중심으로 바꾸지 않는 한 맥류 증산은 어디까지나 잠재적 가능성에 머무를 뿐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답리작을 농가가 자발적으로 힘쓰도록 맥가가 유지되어야만 한다. 물론 곡가기준을 맥가로 삼을 때 쌀값은 얼마로 해야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지만, 수입식량으로 풍족히 소비할 때의 맥가율을 구태여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식량사정이 어려울 때는 맥가율이 70%가 되어도 맥류 소비가 충분히 이루어졌던 과거의 경험을 살린다면 맥가를 기준으로 해서 곡가 정책을 펴나가는데 큰 난관은 없을 것이다.
끝으로 고등원예·과수·묘목 등지 등은 새 개간지에만 허용한다는 것은 주곡용 농지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보아서는 적절한 방법이다. 수익성이 높은 이들 재배를 비옥한 기존경지에서 가능하도록 방치한다면 주곡생산과 경합되어 주곡생산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간사업은 장기사업일 뿐만 아니라 손익이 맞아떨어질 때까지 많은 투자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지원하지 않으면 개간자체가 정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곡 생산체제의 확립은 농가소득의 보상방법과 개간지원정책의 강화를 통해서만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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