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식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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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음산한 겨울이 지나 햇살이 문득 따뜻하게 느껴질 때가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나무를 심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식목일도 생기고 식목 주간도 만들어졌으며 그래도 모자라 올해는 아예 한달 동안을 「국민 식수 기간」으로 정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국민의 의식 가운데 식목일을 국민 식수 기간으로 연장할 이만큼 나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음은 퍽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겠다는 국민의 소박한 관심은 정서적·관념적인 차원에만 머무르고 있는 경향이 짙어 조림 입국이라는 원대한 국가 정책 목표와는 잘 결부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나무심기를 권장해 온지 4반세기가 지나도록 아직도 우리의 산지가 헐벗은 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행정에 더 많다. 양지 바른 땅에 고사리 손으로 흙을 파고 한 그루 묘목을 심는 어린이의 장성을 정책적 차원으로 집약하고 고도의 계획성과 기술성을 가미하여 경제성의 수준까지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행정 능력에 속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부담과 장기간에 걸친 참을성 있는 계획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그러나 산림 개발의 긴절성에 비추어서 응당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자원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지혜는 오직 국내 자원의 최대한 활용뿐이라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내놓지 않으면서 정작 그 가장 비근하고, 실제적인 경우인 산림 개발에는 아직도 이처럼 미온적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버려진 국토의 67%를 활용하자며 입안된 산림 개발 법이 3년이 지나도록 제구실을 못한 채 단 2, 3건의 실적 밖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산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2백억원의 기금 조성도 정부의 출자 지연으로 미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이 과중한 부분에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까지 마련되고 있으나 법조문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 실제 행정에서는 아직도 적극적인 운영 자세가 확립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경제성이 낮은 산지 개발에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확고한 계획의 수립, 집행과 투자 유인의 마련이 선행되어야함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도 행정의 적극적 지도와 뒷받침이 지속되어야 한다. 산림 개발이나 농경지 개발·새마을 사업·간척 사업 등 다양한 범주의 개발 사업이 아무런 상호 연관도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됨으로써 빚어지는 비효율도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경제성에 입각한 보다 합리적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산림 개발 법에 이어 최근에는 다시 농경지 확대 개발 촉진 법도 확정됨으로써 버려진 국토를 빈틈없이 활용하겠다는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우나 이 같은 의욕이 보다 많은 식량 생산과 울창한 조림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장애 요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50년이나 뒤지고 있는 수종 개량이나 경제성 있는 작물의 시장 확보, 토질 개량 등 잡다한 문제들도 산지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 당국자의 굳은 결심과 아울러 전 국민이 먼 장래를 내다보는 인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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