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근 386세대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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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21일 휴대전화를 껐다. 19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활동에 대한 브리핑 도중 나왔던 그의 발언 이후 이틀째 전화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 측근 범주에 속한 사람에 대한 비리 첩보가 수집돼 확인 중"이라고 언급했었다.

청와대 특감반에 접수된 대통령 측근 관련 첩보는 3~4개 정도라고 한다. 일부는 소문에서 사실확인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 관계자는 "대부분 설(說)에 불과하지만, 일부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대상이 누구든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게 文수석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경고성 발언이나 분위기 잡기 차원을 넘어 확고한 의지가 섰다는 것이다.

대통령 측근까지 포함해 성역 없이 '권력형 비리'에 칼을 대겠다는 민정라인의 구상은 '새 정부의 부패방지'의지와 뿌리가 닿아 있다.

문재인.이호철(李鎬喆.민정1비서관) 민정라인은 "처음부터 부패에 대한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노무현(盧武鉉)정부 역시 과거 정부들처럼 권력형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한번 흔들리면 이 정부의 정체성과 개혁성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文수석의 발언이 나온 이후 일부 386세대 측근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감찰 범위에 정권창출 이전 사안까지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86그룹 한 핵심 측근은 "현실정치를 하다 보면 생존을 위해 흙탕물에 발을 담가야 할 때도 있는 것 아니냐"며 "내사 중인 대통령 측근이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대통령 당선 이전의 사안까지 감찰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文수석은 이날 "확인 결과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없다. 지금까지의 소문은 개혁세력에 악의를 갖고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조사 중인 것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여전히 결연한 원칙론이 '흙탕물론'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 청와대 기류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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