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보고 땐 뒷줄이던 연금개혁 … 박 대통령, 담화문에 넣어 강한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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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에서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혀 그 실천 가능성이 관심이다. 역대 정부도 공적연금 개혁을 외쳤지만 워낙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매번 실패하는 전철을 밟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공공부문 개혁을 할 것이고, 그 대상으로 공적연금을 꼽은 것이다.(본지 2월 26일자 4면) 공적연금은 매년 국민 세금으로 적자분을 충당하면서도 수급자는 국민연금에 비해 2.5배 이상의 혜택을 누리고 있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3개년 계획안을 만들 때 공적연금 부분이 포함되긴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된 ‘담화문 참고자료’에 제시된 25개 과제에도 공적연금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막판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만들어진 담화문에는 공적연금 개혁이 포함됐다. 결국 공적연금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화문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공적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여온 사안이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 1월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초연금의 도입 등 국민연금 개혁을 주장한 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국민혈세의 부담으로 언제까지나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문 내용 중에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허투루 약속을 하는 것을 봤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수급 대상이 공무원과 군인·교사들이어서 실제 개혁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의 ‘덜 내고 많이 받는’ 공적연금 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연금 수급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매번 흐지부지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을 두 달 앞둔 2007년 12월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 정부에서 마무리하지 못해 다음 정부에서 고생할 것이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자신했지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사안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을 꼽았었다.

 박근혜 정부의 향후 정책 추진력과 연동될 수 있는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도 걸림돌이다. 공무원 숫자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공무원·군인·교사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개혁을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추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당장 손질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 일단 재정을 들여다보고 3년 뒤에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 교사와 공무원, 군인의 숫자가 정말 크다”며 “정책적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대통령 담화 뒤에 새누리당 지도부 중에 아무도 공적연금에 대해 말을 꺼낸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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