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마도에 남은 우리 문화재 총 142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일본 쓰시마(對馬島)에는 한국 문화재가 얼마나 있을까. 지금까지 그 현황이 밝혀진 적이 없다.

 황백현(64·사진) 대마도 연구원 이사장은 최근 펴낸 『대마도에 남아 있는 한국문화재』(도서출판 발해투어)란 책에서 142점이라고 밝혔다. 불상이 88점으로 가장 많고, 청자·백자 17점, 범종과 불화 11점 등이다. 쓰시마 전문 여행사를 경영하는 그가 17년 동안 쓰시마를 매주 한차례 오가면서 한국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두 나라의 관련서적 40권을 뒤진 결과다.

 그가 찾아낸 문화재 가운데 국보급도 있다. ‘바다의 신’을 모신 카이진진자(海神神社)에는 청자음각연화문매병(靑磁陰刻蓮花文梅甁)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文梅甁) 등 2점이 있다.

 타꾸즈다미진자(多久頭魂神社)에는 청자용문투조돈(靑磁龍文透彫墩)이 있다.이 3점과 비슷한 문화재들은 국내에서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있다. 청자음각연화문매병은 국보252호로 리움박물관,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국보 68호로 간송미술관,청자용문투조돈은 보물 416호로 이화여대 박물관에 보관중이다.

 한국 문화재가 쓰시마에 있는 이유에 대해 황이사장은 “쓰시마를 우리가 관할하던 고려시대에 쓰시마 도주나 호족에 선물로 준 것이 사찰에 보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의병장 최익현(1833∼1906)선생의 유해가 임시안치됐던 슈젠지(修善寺)의 현판은 조선시대 현종 때 병조판서를 지낸 김학진(1838∼미상)이 일본을 다녀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쓴 것이다. 최익현은 1906년 74세의 나이로 의병을 일으켰다가 일제에 체포돼 쓰시마 형무소에서 숨졌다.

 수젠지에는 해방 이후 건너간 범종이 있다. 이 범종에는 한국종의 특징인 유두(乳頭)가 9개다. 일본 종과 다른 점을 이상하게 여긴 황 이사장이 종에 새겨진 글과 주지를 통해 1947년 제작돼 건너간 것으로 확인했다.

 그는 “쓰시마에 남아있는 많은 문화재는 일본이 훔쳐간 게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과 같은 생활·문화권으로 문물을 교류하면서 자연스레 건너간 것이다. 일본을 ‘문화재 도둑’ 취급하지 말고 쓰시마에 두고 우리 것이라고 자랑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쓰시마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운 역사를 추적한 논문 ‘대마도의 한어(韓語)학습에 관한 연구’로 2010년 동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