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위협 속 내스퍼스신문의 생존법, 아예 인터넷 그룹으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사양기업이 있을 뿐 사양산업은 없다.”

 산업계에서 유명한 격언이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미디어 업체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보란 듯 살아남는 퍼스트 펭귄은 반드시 있다. 남아프리카의 신문사인 내스퍼스(Naspers)가 대표적인 경우다. 내스퍼스는 19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프리칸스(남아프리카 지역 토착 언어)로 발행되는 신문 ‘디 버거’를 창간하며 출발했다. 일반적인 미디어 기업처럼 잡지·출판·유료TV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닷컴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2000년 전후로 이 회사는 적극적으로 변화의 물결에 동참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는 내스퍼스가 잘 아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직접 신사업에 뛰어드는 대신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 투자하는 전략을 폈다. 99년 남아공의 교육 소프트웨어 업체 이밸류넷 지분 49%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각국의 유망한 인터넷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 결과 내스퍼스는 중국과 러시아의 최고 포털기업인 텐센트와 메일닷루를 거느린 글로벌 인터넷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했다. 동유럽과 남미에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전자상거래기업 알레그로와 부스카페, 태국 1위 포털 사눅 등도 내스퍼스 산하다.

 내스퍼스가 IT 업계 추세를 족집게처럼 예측, 각종 유망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한 것은 그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 회사는 선진국 시장이 아닌 아프리카·브라질·중국·동유럽·인도·러시아·태국 등 신흥 시장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글로벌 미디어 관련 대기업이 눈여겨보지 않던 곳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퍼스트 펭귄이 있지만, 내스퍼스는 그중에서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능한 기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및 IT 기술의 영향으로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어제까지 통했던 성공 방정식이 언제부터 통하지 않을지 알 수 없다. 변화의 물결 속에 있는 기업은 ‘전진은 빠르게 후퇴는 천천히’, 즉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신속히 움직이고 기존 사업에서는 부드럽고 신중하게 뒷걸음질쳐야 한다.

이경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파트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