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물면 안놔" "호랑이, 토끼사냥 최선" 성과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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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올 들어 한층 강렬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은 내각에는 주로 성과를 독려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취임 100일 전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성과를 내야 한다. ‘노력은 했는데 안 된다’는 것은 안 통한다”(지난해 5월 20일 수석비서관회의), “답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 있다”(지난해 3월 21일 복지부 업무보고)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과 똑같다”(지난해 5월 14일 국무회의)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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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올해는 ‘진돗개 정신’을 요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2월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는 것이다. 지난 1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호랑이가 작은 토끼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한다”며 ‘호랑이 정신’까지 언급했다.

 아직 국회에서 막혀 있는 기초연금법안 통과를 주문하며 내놓은 ‘불어터진 국수론’(“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맛도 없어지는데 누가 먹겠느냐. 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되면 시행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것”, 5일 업무보고)도 독려발언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만기친람(萬機親覽·온갖 정사를 임금이 친히 보살핌)형 리더십’ 또는 ‘깨알 리더십’이란 말을 들었다. 청와대 안팎에선 “취임 초의 폭풍 같은 깨알 지시가 다시 부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대선 공약들을 가시화해야 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에 대한 대응 발언은 올 들어 다소 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지난해 3월 19일 종교지도자 오찬), “북한의 도발과 적당한 타협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지난해 5월 9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존엄은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한테도 있는 것”(지난해 7월 10일 언론사 논설실장 오찬)이란 발언을 하며 시종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올해 첫 메시지는 “통일은 대박”(지난달 6일 신년기자회견)이라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에도 주로 유화적 발언을 해왔다.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기업인 여러분은 국정의 동반자”(지난해 8월 28일 대기업 회장단 오찬)라거나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지난해 7월 11일 제2차 무역투자회의)고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적도 있다. 지난해 5월 31일 출입기자 오찬 때 박 대통령은 “신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을 텐데…”라고 했고, 지난해 7월 25일 불교지도자 오찬 땐 “국민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외에는 모두 번뇌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지난해 5월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고 토로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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