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잡힌 국제통화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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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F의 「워싱턴」 통화 회의는 금 공정가의 폐지와 2백50억「달러」의 선진국간 금융 원조 기금 설치에 합의하고 지난 17일, 9일간의 회의를 끝냈다.
석유 파동 이후 국제 통화 체제 개혁의 초점은 「오일달러」문제에 겨눠지고 있는데 이번「워싱턴」 회의에서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힌 셈이다.
「오일달러」 누증을 해소하기 위한 접근 방법엔 크게 나누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키신저」 구상으로서 근본적으로 원유 가격의 인하를 석유 소비국의 단결에 의해 실현함으로써 「오일달러」 환류를 자동적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산유국에 대한 소비국의 효율적인 대결 수단으로서 제창된 것이 2백50억「달러」의 선진국간 금융 원조 기금이다.
다른 하나는 원유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산유국과의 대결 아닌 협상을 통해 「오일 달러」 환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힐리」(영 재상)안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번 「워싱턴」 통화 회의의 합의는 양측안을 절충하되 「키신저」 구상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오일달러」 환류를 두 가지 방법으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용으로 현재 IMF에 설치되어 있는 「오일·패시리티」를 그대로 이용하고 선진국끼리는 2백50억「달러」의 금융 원조 기금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금융 원조 기금은 OECD 24개국이 2백50억「달러」의 기금을 갹출, 심한 국제 수지 곤란에 빠지거나 산유국의 집중 공략을 받는 통화를 구하는데 쓴다는 것이다. 금융 원조 기금은 석유 소비국이 산유국과의 대결 자세를 강행하는데 있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소비국의 공동 보조에 의해 원유가 인하 압력을 가하자는 「키신저」 구상이 크게 반영된 셈이다. 금융 원조 기금은 OECD회원국의 GNP 및 무역고에 따라 할당·갹출하고 그 사용은 참가국 3분의2의 찬성으로 승인된다. 그러나 대부 요청액이 할당액의 1백%∼2백%일 땐 거의 전원 일치의 승인이 필요하고 2백%를 넘을 땐 전원 일치의 찬성이 필요하다.
또 금융 원조 기금의 작동 기간은 2년이다. 이 기금의 구체적인 발족을 검토하기 위하여 작업반을 OECD 안에 설치, 75년말까지 협정안을 마련한다.
금융 기금에서 대부를 해줄 때에는 적절한 경제정책을 취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참가국은 할당액을 한도로 채무불이행의 경우의 위험 부담 책임을 지기로 했다.
75년 개발도상국의 경상 적자는 약3백억「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를 어느 정도 보전하기 위하여 현 IMF「오일·패시리티」를 확충키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75년 융자 총액을 60억「달러」로 하고 75년 조달액의 미사용분을 75년 중에 할당키로 했다.
「오일·패시리티」는 산유국의 갹출이 주 「채늘」이 된다.
금 문제는 금 공정가만 폐지되었을 뿐 새로운 협정 가격·중앙은행간의 금거래 등은 계속 협의 사항으로 남겨 두었다. 금 공정가의 폐지는 금가 인상에 의한 금폐화로 가는 길을 넓힌 셈이다. IMF 「코터」의 32.5% 증액과 산유국의 출자 배증, 3년마다의 출자 「코터」 조정도 협의되었다.
이번 「워싱턴」총회에선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 수지에 여유가 있는 나라가 경기 회복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원칙이 합의되었다. 이는 미·서독·일본 등에 대해 경기 회복책을 쓰도록 하는 압력으로 해석된다.
어떻든 이번 「워싱턴」 회의를 통해 「오일·쇼크」이후 암중 모색 단계에 있던 국제 통화 개혁이 어떤 방향은 잡은 셈이다. 그러나 총론은 합의돼도 각론 단계에 들어가면 각국의 이해 상충 때문에 또 한바탕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번 「워싱턴」 통화 회의에 따라 「오일·패시리티」가 75년 중에 60억「달러」가 조달되면 한국엔 약2억「달러」정도가 추가 할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 공정가의 폐지는 우리 나라 외환 보유고 천억「달러」중 금 비중이 4백70만「달러」밖에 안되므로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되는 셈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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