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파이프·커트」는 남성 실격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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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급기야 세계적인 극심한 식량난까지 몰고 왔다. 산아 제한은 기득권을 얻은 자를 위해 이제 불가피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산아 제한이라고 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존여비 사상이, 다시 말해서 남성들의 교활함이 드러나 보인다. 아직도 남성을 위한 피임제가 없는 것이 그 증거이다.
씨를 뿌리지 말아야지, 씨는 뿌리되 싹은 트지 말라든가, 돋아난 싹을 잘라 버린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경구 피임제의 부작용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 복용에 따른 자각 증상만으로도 복용치 못하는 부인들이 많다. 그래서 부인네들 중에는 수회, 심하면 십 수회씩이나 인공 중절 수술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거듭된 수술로 여러 가지 합병증을 가져와 부인이 고초를 겪든 말든 남편족들은 정관 수술은 염두에도 없으면서 그래도 남 앞에선 애처를 부르고 있으니 가관이다.
정관 이단술을 겁내는 남성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첫째가 남성 실격에 대한 강박관념이고 다른 한 가지는 꼭 필요할 때 복원 수술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라 할 수 있다.
한 남성이 일생 동안에 행하는 성교는 4천번 정도라고 한다. 그 4천번 중에 아기를 만드는 것은 불과 3내지 4회뿐이니 1천번 중에 한번쯤이 생식 행위이며 나머지 9백99회는 사랑의 행위다.
이런 계산을 한다면 아기를 만드는 능력이란 남성다움의 본질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치이며 「파이프·커트」(정관 절단)=남성 실격이란 전적으로 「난센스」로 밖에 볼 수 없다.
정충만 안 나올 뿐이지 「파이프·커트」를 해도 정액은 평상대로 사출 되기 때문에 아기를 만들 의사가 없어도 얼마든지 남성다움을 과시하며 살아갈 수 있다.
심리적으로 「나는 이제 남자가 아니다」는 등 착각에 빠지면 「델리키트」한 성의 능력이 저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 이단된 정관의 복원 수술은 성공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최근에는 이단 된 부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며 될수록 부고환에 가까운 부위를 자르면 복원 수술의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오주익 <피부과 전문의·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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