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피겨 동갑내기 스타' 김연아-아사다 마오 대결…승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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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의 하이라이트인 여자 싱글 부문이 막을 올렸다. 여자 싱글의 동갑내기 스타 김연아(24)와 아사다 마오(24·일본)의 마지막 대결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이어온 두 선수의 대결에 대해 과연 일본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일본의 스포츠 전문기자인 마쓰바라 다카오미 기자로부터 두 선수의 마지막 대결에 대한 원고를 받았다.

마쓰바라 기자는 일본 스포츠 전문잡지 '넘버'에서 10년간 일했다. 현재는 프리 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주요 취재 분야는 올림픽이다. 여름올림픽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을 현지 취재했다. 겨울올림픽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에 다녀왔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종목이 바로 여자 피겨 스케이팅이다. 특히 아사다 마오(24·일본)와 김연아(24·한국),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의 대결은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사다와 김연아, 두 사람은 중학생 때부터 라이벌이었다. 아사다가 김연아를 강하게 의식하게 된 계기는 2006년 3월에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이었다. 아사다는 이때 중학교 3학년이었고, 시니어로 전향한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는 등 눈부시게 활약했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대회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는 2위를 했다. 우승한 선수는 김연아였다. 단지 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사다는 김연아의 연기 그 자체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나는 점프 뿐인데 김연아는 표현력이 있고 스케이팅 타는 것이 우아했어요. 점프도 높고 예뻤죠." 대회 후 아사다는 김연아를 이렇게 평가했다.
아사다를 초등학생 때부터 지도했던 야마다 미치코 코치도 말했다. "그 점프(3회전 연속 점프)는 세계 으뜸이다. 아사다와 김연아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선수로 성장해서 경쟁해가면 좋겠다." 그 대회 이후 아사다는 김연아를 의식하게 됐다. 피겨 스케이트 관계자도 "두 사람이 향후 세계 챔피언을 겨룰 것이다"고 예측했다.

그 예측은 정확했다. 그랑프리파이널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둘은 명승부를 펼쳤다. 아사다는 자신의 무기로 내세우는 트리플 악셀에 집착했고, 높은 레벨의 스케이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김연아는 당시 일본의 피겨 스케이트 관계자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던 스케이팅 기술을 바탕으로 하면서 프로그램 구성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3 회전 연속 점프 등 자신있는 기술을 계속 연마했다.

이렇게 준비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실수없는 연기를 펼치며 228.56점이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반면 아사다는 205.50점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결과를 가른 방향성의 차이가 부각됐다.

아사다는 밴쿠버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다음 올림픽을 목표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아사다는 코치를 타티아나 타라소바(러시아)에서 사토 노부오(일본)로 교체했다. 스케이팅의 기본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사토 코치에게 지도를 의뢰한 것이다. 아사다는 스케이팅의 기본부터 다시 만들어 점프의 정밀도는 물론, 종합적인 수준을 높이려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작업이었기에 2011년, 2012년 세계 선수권은 모두 6위로 부진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2013-2014 시즌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특히 표현력이 좋아져 연기 구성에서도 고득점을 얻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생각한다. 김연아가 없었다면, 아사다는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라는 라이벌이 있었기에 아사다는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밴쿠버올림픽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아사다는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김연아에게 패한 이후 수많은 대회에서 격전을 펼쳐왔다. 그 속에서 많은 자극을 받아 왔기 때문에 지금 아사다로 발전한 게 아닐까.

지난해 아사다가 김연아에 대해 한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옛날부터 주목받는, 좋은 라이벌이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올림픽에서 겨룰 날이 다가온다.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결장한 김연아가 어떤 연기를 펼칠까도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아사다가 목표로 내건 '실수 없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채점 경기인 이상, 승부의 향방은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김연아를 이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사다의 '도전하는 자세'가 결실을 맺고, 웃는 얼굴로 두 번째 올림픽을 끝내길 바란다. / 마쓰바라 다카오미 기자

<마쓰바라 기자와의 Q&A>
마쓰바라 기자에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에 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아사다가 김연아를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아사다가 김연아를 이길 만한 요소가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김연아가 큰 국제대회를 결장했다. 그에 따른 공백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사다는 김연아라는 라이벌이 있기 때문에 트리플 악셀 같은 고난도 기술을 고집하는 게 아닐까요.
"김연아에 관계없이 트리플 악셀은 아사다 마오가 중학생 때부터 갈고 닦아온 기술입니다. 원래 점프가 좋았던 선수이며 지금도 그점이 강점입니다."

-아사다는 김연아의 존재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 않나요.
"아사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은 ‘연아 선수는 좋은 라이벌이다’ 라는 정도입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아사다는 김연아를 의식하기에 앞서 먼저 완벽하게 자신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점을 고집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피겨 스케이팅은 유도나 레슬링처럼 직접 싸우는 경기가 아닙니다. 아사다뿐만 아니라 많은 피겨 선수들이 대개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하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일본 언론은 김연아와 아사다 중 누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요.
"다양한 기사를 볼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쪽이 이긴다고 단언하는 기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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