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중·고 도서관 1인당 장서 평균 알아봤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전국 초·중·고 도서관엔 얼마나 많은 책이 있을까.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17개 시도별 초·중·고 학교 도서관이 보유한 도서수(학생 1인당 평균)를 조사한 결과 초·중·고 모두 전라남도가 1등이었다. 초등학교 평균은 50.3권(전국 30.2권), 중학교 36.2권(전국 19.8권), 고등학교 27.7권(전국 16권)으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반면 서울과 경기는 최저 수준이었다. 초등학교에선 서울(24.5권), 중·고등학교는 경기도가 각각 15.4권, 11.2권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초·중·고 모두 1등과 꼴찌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격차는 컸다. 강북구의 14개 초등학교의 1인당 장서 수 평균은 40.7권으로 전국 평균을 넘어섰지만, 은평구(31곳)는 18.7권으로 전국 평균에 한참 못미쳤다.

이처럼 지역별, 학교별로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도서관과 연계한 독서교육이 각 시도교육청, 그리고 개별 학교의 의지에만 달려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교별 도서구입비가 책정·집행되는 과정에서부터 발생한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중·고 학교별 도서 구입비는 학교 기본운영비의 3%로 돼있다. 학교 기본운영비란 학생·학급 수에 따라 각 학교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는 교육예산이다. 교사 인건비, 교과 활동비, 방과후 활동비, 시설 유지·보수비, 도서구입비 등 학교 살림에 드는 돈이다. 이 중 3%를 학교도서관 도서구입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3%가 의무가 아니라 권장이라는 점이다. 3%를 지키지 않아도 시도 교육청이 행정적 제재나 조치를 할 수 없다.

일선 학교에선 만성적인 예산 부족을 내세운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솔직히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며 “학생 수가 많거나 시설이 낙후한 학교는 전기료 등 공공요금과 시설 유지·보수비가 워낙 많이 들어 도서구입비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도서 구입비 예산을 깎아 공공요금·시설 유지비 등에 쓰는 것이다.

양유리 경기도교육청 평생교육과 주무관은 “대부분 학교가 예산이 빠듯하다 보니 도서구입비를 권장선보다 적게 집행한다”며 “도교육청이 책을 사라고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서관 활성화에 적극적인 시도와 해당 지역 학교는 앞서가는 반면, 독서교육을 뒷전으로 미룬 곳은 뒤처지는 거다.

서울시교육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시교육청이 각 학교의 예산 편성을 위한 가이드로 제시하는 ‘학교 회계 예산 편성 기본지침’에서 2012학년도부터 학교 기본운영비 중 도서구입비 3% 권장 문구가 아예 빠졌다. 도서구입이 각 학교의 의지에 100%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라남도를 보면 교육청의 정책의지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유미라 전라남도교육청 교육과정과 주무관은 “전라남도교육청은 독서토론수업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라며 “도서구입비를 교육부 권장선인 3%선보다 더 높여 각 학교가 기본운영비 중 4% 이상을 도서구입에 쓰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국어·영어·수학은 물론 체육·음악·미술 수업에서도 1년 수업 시수 중 10% 이상을 독서토론수업으로 진행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교 도서관 확충은 독서교육 증진을 위한 투자”라며 “학교 기본운영비 중 도서구입비 3%를 권장사항으로 둘 것이 아니라 의무화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