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파동 후유 생각보다 심각 세계 불황 주름살 인고로 탈피(상)-12·7 종합 경기 대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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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 세계적인 자원 파동에 따른 불황과 「인플레」는 도처에서 실업 확대와 외환 위기를 몰고 오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난 마저 겹쳐 기아에 허덕이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와 깊은 관계가 있는 미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이러한 사태는 심각하며 미국의 경우 올해 GNP성장은 「마이너스」2%, 실업율은 6%선을 넘을 전망이다.
일본 역시 올해 GNP는「마이너스」2%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예측이다.
특히 이번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단순한 불황에 그치지 않고 경제 질서 뿐 만 아니라 정치·사회질서까지 근본적으로 파괴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곳곳에서 정변이 일어나고, 전쟁 위험이 따르고, 외환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한 무역 보호의 강화가 나타나고, 자원 민족주의에 따른 자원의 무기화가 번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은행 총재 「아더·번즈」 박사는 지금과 같은 고원유가 하에서는 몇년 이내에 세계의 경제와 정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혁할 것이며 지금까지의 자유 경제 체제의 존립마저 크게 흔들리는 긴장 상태가 유발되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자원이 빈약하고 경제 개발 능력이 허약한 후진국은 그야말로 생존을 가늠하는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여건 변화는 우리 경제에도 커다란 피해를 가져왔다. 다행히도 연초의 1·14조치를 포함한 일련의 대응 정책으로 우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에너지」 파동의 1차적인 충격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물가가 크게 뛰었고 국제 수지의 적자는 크게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수출마저 상당히 둔화되어 실업 사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우리 경제가 곧 세계적인 불황 속으로 휘말려 들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실업·외환부족·물가등귀 등 갖가지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원인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에너지」 파동의 후유증 때문이라 하겠다.
이러한 후유증은 경제의 기존 질서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에 수반되는 현상이며 각국의 전문가들 견해를 들어보면 이번 파동에 따른 여파를 완전히 가시자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최소한 2,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예외이다. 우리 경제인들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는 긴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몇 가지의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첫째 최근의 불황에 수반되는 실업 증가의 문제이며, 둘째는 수출 둔화와 원유가 등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국제 수지의 적자 확대이며, 세째 「에너지」파동의 여파로 초래된 물가 구조의 혼란에서 오는 「인플레」의 만성화 가능성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식량·「에너지」 등 국내 가용 자원을 최대한 개발하여 해외 의존을 점차 시정해 나가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으며 새로운 세계 질서에 알맞은 보다 튼튼한 무역과 산업 구조를 정립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입 장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번 종합 정책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 작업이라 하겠으며 과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서서히 정상 궤도로 회복시켜 나가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편 작업에는 안이한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고통 없이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온 세계가 생활 수준의 감퇴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하에서는 오로지 결단과 용기로써 이에 불응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 상승이냐 불황이냐 하는 선택에 있어서는 우리의 중산층에 미치는 부담보다는 서민 생활의 안정을 위한 불황 타개책이 우선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국제 수지가 어려우면 국내의 고통과 희생은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 또 하나를 버려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문제를 외면 할 수 없는 현실이 오늘을 휩쓸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여기에는 신통한 처방은 있을 수 없다.
특히 환율을 485원대로 유동화 시킴으로써 야기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어쩔 도리가 없다. 수출 경쟁력을 높여 해외 불황을 뚫어 나가고 국산화를 촉진시켜 국제 수지를 방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국가 파산을 모면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생각일 것이며 이로 인해 물가가 잠정적으로 크게 오르는 부작용은 우리 모두가 부담하지 않으면 않 될 것이다. <계속> 【김만제 <한국개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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