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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심판의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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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법원 행정 회의는 그 동안 법조계와 학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가사 심판의 공고제를 채택하는 「가사심판법중 개정법률안」을 마련, 국회에 건의했다. 헌법의 재판 공개 원안에 충실을 기하고 심판 진행에 대한 신빙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현행 가사 심판법은 본래 일본 법제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비송 사건 절차법 제13조의 「심문의 비공개 원칙』을 준용키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송 사건의 비공개 원칙에 대해 최근 바로 그 일본에서 위헌이라는 주장이 대두한 것이다.
일본 최고 재판소는 조정에 대신하는 재판이 비공개로 되더라도 합헌이라고 했던 1956년 판결(8대6의 다수 의견)을 번복, 1960년에는 9대6으로 대심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게 되었다. 나아가 64년에는 소송 사건의 비공개 규정이 위헌임을 8대 7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법률상의 실체적 권리 의무 자체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이를 확정함에는 공개의 법정에 있어서의 대심 및 판결에 의할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법률상의 실체적 권리 의무를 확정하는 것이 고유의 사법주의 주된 작용이며, 이러한 쟁송은 비송 사건 절차 또는 심판 사건 절차에 따라 결정의 형식으로서 재판하는 것은 헌법 규정을 회피하는 것이며, 입법으로써도 허용되지 않는다.』-이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일본 최고재는 가사 심판법의 을류 사건의 심판은 합헌이라고 인정했던 것이다.
우리 대법원도 이 같은 일본 판례의 의견과 같이 이제부터 가사 소송을 공개하려고 하는 것이다.
생각컨대 재판의 공개 원칙은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요, 형사피고인에게는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기본권으로서 보장되고 있다. 헌법은 『재판의 심리와 평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녕 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유보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재판의 공개 원칙은 절대적인 요청이 아니고 공익이 우선하는 경우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비공개로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사 심판법이 조정을 전치하고 조정을 비공개로 하게 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남녀의 평등을 기본으로 하여 가정 평화와 친족 상조의 건전한 공동 생활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소년법도 보호처분의 『심리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소년의 보호를 위함이다. 또 소년법이나 가사 심판법이 보도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프라이버시」와 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점에서 전기 일본 판례도 가사 심판의 비공개는 합헌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가사심판을 공개하는 경우에도 사생활의 비밀 보호라는 사익과 재판 공개라는 공익을 비교하여 법원의 결정으로써 때에 따라서는 비공개로도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사 심판의 비공개 신청을 원고나 피고가 낼 수 있도록 하여 쌍방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비공개로 하는 방법이 바람직 할 것이다.
끝으로 가사 심판법과 소년법의 보도 금지 위반에 관한 벌칙 규정도 폐지하여 언론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소년범이나 사회 풍속 사범에 대한 피의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공개된 가사 심판의 대심과 결과만을 보도 금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년법이 보도 금지 규정을 두면서도 이를 위반한 경우의 벌칙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언론 기관의 자율 규제에 맡긴 것으로 우리도 본 받아야 할 태도이다. 입법 당국의 숙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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