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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막혀 명백 끊길 전주 한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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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주 특산품인 창호지·장판지 등 한지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차차 사라져 가고 있다. 「비닐」 제품과 유지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어 5백년 전통의 한지는 올해 들어 거의 생산이 중단, 얼마 안 있어 아주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3백t 가량 (1백만「달러」상당) 일본에 수출해오던 한지가 지난 5월말까지 겨우 20t만 수출한 채 일본의 수입 중단으로 국내 수요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인데다 국내 수요마저 기계한지에 밀려 이제는 화선지 등 특수 한지만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중간 상인들의 농간은 재래식 한지 생산 업자들의 생산 의욕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 한지 공업 협동조합 이사 김영근씨에 따르면 창호지는 이미 4년 전부터 주문에 의해서만 생산하고 있는데 1권 (20장)을 4백50원씩에 사들인 상인들이 소비자들에게는 1천원씩에 말아 소비자들은 비싼 재래식 한지 (수류 한지) 보다는 값이 3분의 1 밖에 안되는 기계 한지를 사 쓰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인 20개 회사 가운데 이미 12개 사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8개 회사도 주문이 있어야만 생산하는 실정이며 농한기 부업으로 농가에서 생산해왔던 30여 가구마저 아주 손을 뗐다는 것이다.
중앙 특수 제지 공사 (전주시 동서학동) 대표 백춘근씨 (50)는 『전국 한지의 80%가 전주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비닐」 제품의 개발과 유지에 밀려 도내 5백여 한지 기능공의 10%만이 현재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하고 또 기계 한지가 전국 시장을 휩쓸면서 업자들이 저질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일 수출의 길마저 막히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도 농가 재배량이 줄어 지난해의 경우 2백10t 가량을 타도에서 사들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호남 제지 대표 최장윤씨 (45)는 「비닐」 제품이 인체에 해롭고 공기 유통이 안돼 부식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또 기계 한지는 외화를 없애가며「펄프」를 도입, 생산하고 있어 외화 절약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 등 경제적인 효과를 노려 재래식 한지의 장려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래식 한지의 제조 방법은 고려 때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닥나무 껍질을 삶아 섬유를 뺀 다음 티끌을 제거하고 발로 떠내면서 만들의 쉽게 찢어지지도 않아 많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창호지와 장판지는 물론 각종 「타이프」·등사원지·복사지·미농지·여과용 화학지·홍차 용지 등 개발이 다양해 현재 일본의 연구 기관에서는 기술자들을 파견, 제조과정을 배우고있는 실정이다.
한지 업계는 이밖에 재래식 한지로는 「비닐·하우스」나 통일벼 보온 못자리용「비닐」대신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데 당국은 물론 대학섬유학과에서조차 한지 개발을 외면한다고 불평했다.
전주 문성제지 오수업씨 (45)는 시중에 팔리는 창호지에서 재래식 한지는 이제 찾아볼 수조차 없어 생활의 운치마저 잃어간다면서 사양길에 접어든 한지를 아쉬워했다.【전주=모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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