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방한 때까지 한·일갈등 놔둬선 안돼" … 케리, 적극 중재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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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왼쪽)을 접견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한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지난 60년간의 역사를 함께했고 또 앞으로 6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답례했다. 박 대통령 뒤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오른쪽)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올 때까지 미해결(outstanding)의 상태로 남아 있지 않기를 바란다.”

 13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오후 늦게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일본이 이웃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도 했다. 4월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악화 일로인 한·일 관계를 직접 중재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케리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정도로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나 역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나 박근혜 대통령, 윤 장관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고, 대니얼 러셀 (동아태 담당)차관보나 다른 이들이 앞으로 며칠, 몇 주 내에 (이 문제 해결에)관여할 것”이라며 적극적 중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3일 오후 성 김 주한 미국 대사(오른쪽)와 함께 청와대 인근 통인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먹어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하지만 케리 장관은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일본을 의식한 듯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했다. 동북아 지역의 핵심 동맹국들인 한·일 가운데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양자 회담에서 제3자인 일본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은 한·일 관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역사를 뒤로하고 진전된 관계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굳건한 (한·미·일) 삼각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물론 나 개인적으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접근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역사 왜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과 관계 개선을 논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는 답변이었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피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센카쿠 열도가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독도 역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케리 장관은 “센카쿠 열도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생각이며 그것이 미국 정부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에 취재진이 “독도 문제에는 답을 안 했다”고 지적하자 “어느 섬?”이라고 되물었다. 다시 “독도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적용대상이냐고 물었다”고 하자 케리 장관은 “그 질문에는 이미 답을 한 것 같다”고 하고 넘어갔다. 독도라는 단어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우리 입장을 명확히 했는데, 그에 대해서 우리는 (일본과)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도 “지금 여기서 그것을 곱씹을 필요는 없다”고 더 이상의 발언을 피했다.

 반면 회견에서 윤 장관은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 수정주의적인 언행이 계속되는 한 양국 간의 신뢰가 구축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며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지만, 그런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이)노력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인시장 떡볶이 맛본 케리=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 뒤 종로구 통인시장에 들렀다가 외교부를 찾았다. 통인시장에선 이곳의 명물인 ‘기름 떡볶이’를 맛봤다. 10여 분 동안 시장을 둘러본 그는 수행 팀원들과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매운 게 너무 맛있다”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떡볶이 값 6000원은 시장을 안내한 성 김 주한 미대사가 현금으로 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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