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인「오든」유작시집 『안개여 고맙다』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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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작년 9월 66세를 일기로 별세한 영국 태생의 미국 시인「W·H·오든」의 유작시집『안개여, 고맙습니다』가 최근 영국에서 출간되었다. 「C·데이·루이스」와 함께 30년대의 영·미 현대시를 이끌면서『시의「피카소」』로 불리기도 했던「오든」의 죽음은 30년대 영·미 시문학의 종장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이번 유작시집의 출간은 현대 영·미 시단에 마치 30년대 시가 다른 모습으로 부활한 느낌을 주고 있다.
주로 말년의 시들이 모아진 이 시집은 우선「오든」이 죽기 직전까지 그의 시작 태도에 있어서 상당한 방향전환을 모색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즉「오든」이라면 대체로 초기 시에서는 참여적 색채를, 60년대 이후에는 종교적 사상을 주축으로 한 시들을 발표해 온 시인인데 60년대 후반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시들이 수록된 이 시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새로운「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오든」이 만약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 그는 새로운 시풍으로서 현대 영·미 시단에 또 한번 충격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시집 자체로써 그들의 새로운 시풍을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않지만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더·타임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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