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장래 향후 10년이 고비|키신저가 「레스턴」과의 회견서 밝힌 세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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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키신저」미 국무장관은 13일 「제임즈·레스턴」 「뉴요크·타임스」 부사장과의 회견에서 『세계는 현재 새로운 역사의 문턱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인류가 창조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더 한층 큰 혼란이 생기는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는 이 회견에서 주로 그의 역사관과 정치철학에 관해 언급했다.「레스턴」은 이 회견이『철학적인 회견』이었다고 자평하고 두 사람은 일상의 문제들을 떠나 세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토론했다고 밝혔는데 회견 요지는 다음과 같다.
▲레스턴=나는 당신의 저술에서 비관주의, 나아가 비극 같은 것을 느끼는데….
▲키신저=나는 나 자신을 역사가로 생각한다. 역사가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문명은 궁극적으로 붕괴하고 만다. 역사란 실패한 노력, 실현되지 않은 주장들, 그리고 성취되지 않은 소망의 점철이다. 역사가는 비극의 불가피성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는 모든 문제들이 기필코 해결되리라는 가정 하에 행동을 해야 한다.

<「현상 만족」이 서구의 고민>
-「유럽」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가.
▲답=현 서구가 직면하고 있는 고민의 하나는 그들이 근본적으로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는 점이다.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전 독재 정부를 보면 현상을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문제가 너무 불확실해서 서구는 수수방관하려고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정치적인 기반이 서서히 침식되었고 마침내 갑자기 변혁이 일어나자 민주·자유 및 인도적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이 없었다. 이것이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지금 직면한 문제다.
-국무 장관으로서가 아니란 한 사람의 역사가로서 20세기의 말에 서 있다고 가정하고 지금의 시기를 되돌아본다면 각 국민이 공생하거나 국민 국가를 넘어서 다른 어떤 형태를 취할 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개발 도상국 열등감 버려야>
▲답=이번 세기의 말을 전망해 볼 때 나는 서구·일본·미국이 현 위기를 꼭 극복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다른 적극적인 것으로 전환시킬 방도를 발견했으면 한다.
이렇게 하려면 재정적인 연대 책임·부담의 균등화·공동 목표의 설립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순수한 국가적 기반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중공과 소련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는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 아니라 전쟁에 의해서 이런 난점을 극복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 군비 경쟁에서 뚜렷하고 극적인 후퇴가 있어야 한다.
개발 도상국들은 열등감을 버리고 그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감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귀하는 앞으로 10년 안에 「유럽」에서 정치 혼란이 야기되고 세계의 어디선가 가공스러운 인간 참극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하는지.
▲답=우리는 지금 매우 미묘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생각된다. 순수한 나의 견해를 말한다면 향후 10년은 인간·창조력의 위대한 시기가 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극단적인 혼란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당면한 전 세계적인 문제들을 해결치 못하면 극심한 좌절로 해서 일종의 「쇼비니즘」에 빠질 위험이 있지 않은가.
▲답=미국의 경우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의 「쇼비니즘」의 일부는 이상주의에 대한 실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언제 「이상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는가에 있다.
-몇 주일 전 내가「유럽」을 방문했을 때 귀하의 대 소관이나 대 중공관에 대해 문젯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귀하가 소련이나 중공의 어느 한쪽을 우선시키지는 않고 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한 귀하의 견해는 어떤 것인지 명확히 밝혀 줄 수 있는가.

<소·중공 어느 쪽도 우선 안 해>
▲답=우리는 소련과의 협조에서 그것이 중공의 이익을 손상시킨다는 오해가 나오지 않도록 지극히 신중한 방식을 취했다. 사실 미국은 중공의 이익에 피하는 어떠한 협정도 소련과 맺지 않았다.
반대로 중공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소련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도 결코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들 양국과 별개의 입장에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우리는 소련과 중공의 상호관계는 그들 자신에게 맡겼고 일체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소련이나 중공 어느 한 쪽과 이야기 할 때 다른 한 쪽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지 않았다.
-원자재가 점차 부족하여 가는 빈곤한 세계에서 미국인의 생활 수준은 매년 향상되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합리적인가. 아니면 어떤 유의 세계 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우리는 이 나라에서 새로운 책임과 어떤 희생까지도 떠맡아야만 하는가.
▲답=우리들 미국인이 서기2천년과 그 이후를 전망해 보면 우리는 현재의 세계와는 아주 다른 세계에 직면하게끔 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것을「에너지」위기에서 보고 있다.
나는 4백 마력「엔진」시대는 지금부터 1년 혹은 5년 후에는 끝장이 난다고 믿는다. 당신도 위험이 따른 자동차를 보게 될 것인데 그것이 우리의 생활양식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범세계적 식량 정책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의 대소 곡물 판매와 같이 문제를 수개월마다 「긴급」이라는 판단에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자유 세계 결합 산업 문명뿐>
-서구는 확고한 종교적·도덕적 이념에 의해 한곳에 결합되어 있었다. 자유세계를 결합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답=그것은 산업 문명이다. 우리는 또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에 의해서도 결속되어 있는데 그런 정치에서는 인간 욕구의 달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 욕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산업사회의 수많은 정치적 혼란은 그런 깊숙한 욕망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또 자유 세계의 사람들은 다양한 「그룹」과 개인이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적인 필요성에 겹쳐 복합 사회는 지령에 따라 통치될 수 없고 상당한 의견의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관념이 어느 땐가는 전체주의 정권에도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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