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비 1점에 연 7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송광사에서 일어난 귀중한 문화재의 도난사건은 또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다행히 그 가운데 국보로 지정된 1점은 어느 상인의 신고로 찾게 되었지만, 다른 1점은 아직도 그 행방조차 짐작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범인이 도심을 버리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 문화재를 돌려주도록 호소하고 싶다. 혹시라도 범죄를 감추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이를 녹여 없애거나 버리는 일이 있다면 이는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더 큰 죄를 지게되는 일이므로 궁지에서나마 양심이 되살아나기를 바랄 뿐이다.
문화재의 도난사고는 근년에 이르러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주요 사찰을 비롯하여 어지간히 유서 깊은 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는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나 그 관리상태는 상식이하로 대개의 경우 목록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관계당국은 이 기회에 전국 문화재의 보존·관리상태를 살펴 모든 문화재가 안전한 곳에서 자격이 있는 관리인에 의하여 소중히 그리고 철저하게 다루어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되겠다. 그리고 소장자 자신도 문화재란 그 소유는 비록 개인의 것이더라도 자손만대 모든 국민을 위하여 남겨진 물건이라는 자각아래 이번과 간은 사고로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더 한층 조심해주기 바란다.
이와 아울러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근년에 관계당국에 의하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고분발굴사업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과 같이 어려운 형편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주시내에 있는 고분을 파는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신라시대의 고분양식이나 금속공예품은 이미 그 윤곽이 밝혀진지 오래이므로 금관이나 금귀고리 한두 점이 더 나와본들 학계의 큰 관심사는 아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의 기술로는 거기서 나오는 유기질 유물의 변질에 대하여 속수무책인데, 덮어놓고 발굴만 서두르고 있으니 어쩔 셈인지 모르겠다.
작년에 발굴했던 155호 고분만 하더라도 목걸이의 구슬을 알알이 세어 수백 점으로 치는 계산법을 써서 만점이 넘는다고 발표는 하였지만, 그 유물 모두 합쳐도 진열장 몇 개도 못 채울 정도의 것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정책에 있어서 이런 수자의 장난이야말로 전시효과에 앞서 빈축을 사기 알맞은 일이니 이제라도 깊은 반성이 있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또 155호 고분은 1년이 지나도록 아직 발굴보고서도 못 내고 있으면서 98호 고분마저 성급히 손대는 까닭은 무엇인가. 98호 고분은 표형의 쌍 분인데 한쪽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다른 한쪽도 파기 시작하였다니 이 이상 무어라고 얘기하면 좋겠는가.
기왕의 잘못을 이제 와서 꾸짖고자 하는 듯이 아니다. 앞으로나마 발굴에 앞선 충분한 학문적 검토가 있어야겠다. 몇몇 관료의 지나친 의욕에 따라 경솔히 처리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끝으로 우리는 창조보다는 보존에 약하다는 점을 알아야겠다. 그런데 예산에 비친 국립박물관의 문화재 관리비는 점 당 1년에 7원이라고 한다. 그런 액수라면 사진을 찍어 카드를 작성하는 것조차도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 기회에 관계당국은 문화재 전반에 걸친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기 바랄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