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정신력…해방후 최대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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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축구 한·일정기전에서 한국이 4-1로 참패한 것은 근래 없던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의 패배는 그「스코어」차가 해방후 어느 대회를 통해서도 처음인4-1이란 점에서 국내「팬」들의 경악을 가늠할 길이 없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 가장 크게 이긴 것은 54년「스위스·월드·콥」대회의 1차전에서 5-1로 이긴 것이었고 그후에도 3「골」차이로 이긴 것은 2회나 있었다.
그렇게 우세했던 한국이 이번에는 대역전의 참패를 맛보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마디로 오늘의 한국축구는 움직이지 못하는 사체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테헤란」대회 참패이후 한국축구는 빗발치는 비난속에 선수진은 물론이고「코칭·스탭」도 정신적·육체적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있는 상태다.
이번 정기전을 앞두고 연습은 커녕. 정신적인 단합을 한번도 해본 일이 없다.
변명을 앞세우는 일부 축구인들은 연·고 정기전에 차범근·황재만·김호곤 등을 뺏겨 그런 참패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큰「스코어」차이에 이들의 결장이 미소한 원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움직이지 못하는 사체들이 정신 및 전력을 강화하지 못한채 출전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다.
지금의 대표「팀」은 일본이 아니라 국내의 어느 하류실업「팀」과 싸워도 질 수밖에 없는 정신적인 공허상태에 있다.
축구같이 정신력이 중요한 경기에서 정신·기력의 전무인 한국이 그것도 현재 한창 호조인 일본과 맞섰으니 참패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이같이 무력화한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
「코칭·스탭」의 지도력부족 선수선발의「미스」· 협회행정 편협 을 드는 측도 있다.
결과가 나빴으니 만큼 여기에「미스」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보다는「테헤란」의 참패를 정신적으로나마 일찌기 회복시켜 주지 못하고 서로 책임전가에다 비난만을 일삼는 전체축구지도자들의 책임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어떻든 이번의 참패를 계기로 한국축구는 대수술의 진통을 겪어야하고『잘되면 내공, 안되면 남을 탓하는 풍토』를 버려야겠다.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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