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기밀과 국민 알 권리 둘 다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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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생산한 정보에 대해 국민, 특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접근권은 보장돼야 한다. 그렇다고 국가 안전보장과 직결된 기밀이 여과 없이 나가서도 안 된다. 국가정보 관리의 관건은 이처럼 상충된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그 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회 정보위원회 보안 강화에 합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국정원 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지난 7일 정보위원 정원을 12명에서 10명 이하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또 정보위 회의실에 도·감청 방지 장비 등을 설치하고 정보위 주변을 보안구역으로 설정해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회의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정보위원장으로 일원화하고 기밀을 누설한 국회의원·보좌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제시한 대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보기관 등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국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제공된 정보가 의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함부로 유출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비밀 준수를 전제로 제공됐던 국정원 정보가 외부로 새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정원 기밀 정보가 정략적으로 이용될 경우 상상하기 힘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은 엄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익을 위한 목적에 한해서만 의원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절차 등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 의회의 정보위도 회의 내용 발설 등이 금지돼 있다.

 ‘정보가 곧 안보’란 인식을 확고히 하고 보안 시스템을 강화할 때다. 아울러 기밀보호제도를 남용해 국회의 견제나 국민의 알 권리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 없게끔 정보 관리 기준과 절차, 방식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가 국가 기밀이고 어디까지가 단순 정보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국정원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두 가치를 만족시킬 절충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