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안현수 부친 "그 정도면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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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따낸 아들을 지켜본 아버지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아버지 안기원(57·사진)씨는 10일(한국시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안씨는 올림픽 직전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명을 ‘토리노 영광이여, 다시 한번!’이라는 문구를 올릴 정도로 아들의 선전을 기원해왔다.

 9일 러시아에 도착한 안씨는 밤잠을 설쳤다. 모처럼 올림픽에 출전하는 아들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꿈도 못 꿨다. 내가 더 긴장해서 그런지 잠이 안 오더라”고 말했다. 경기장 한쪽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안씨는 아들이 레이스를 펼칠 때마다 링크장을 집중해 경기를 지켜봤다. 안씨의 옆에는 안현수의 막내동생인 안현준(14)군도 있었다.

 마침내 안현수가 결승에 올라 동메달을 따내자 안씨는 그제야 ‘됐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씨는 경기를 지켜본 뒤 “역시 (금메달을 따낸) 찰스 해믈린(캐나다)이 잘하더라. 현수는 그 정도 했으면 잘했다”면서 “개인전 전 종목 메달이 목표였다. 첫 스타트를 잘 끊어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했다. 안군도 “형이 금메달을 따낼 줄 알았는데 아쉬웠지만 그래도 메달을 획득해서 기뻤다”며 소감을 전했다. 안씨는 아들을 향한 격려와 함께 결승에 오른 이한빈(서울시청)을 향해 “한빈이도 함께 메달을 땄으면 좋았을텐데 그렇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며 위로를 건넸다. 안현수는 500·1000m 등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소치=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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