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등급 오른 금융사

중앙일보

입력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다. 신뢰의 상실은 파멸을 의미한다. 반대로 신뢰를 쌓으면 부와 번영은 저절로 따라온다.

 신뢰가 경제로 넘어 오면 ‘신용’이 된다. 신용은 기업에겐 일종의 자본 구실을 한다. 신용이 없으면 기업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P(Standard & Poor’s) 라든가 무디스(Moody’s)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업한테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이들의 신용등급조정이 기업의 운명을 들었다 놨다 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오르는 회사는 투자자금이 밀려드는 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철저히 외면을 당한다. 특히 외부자금 의존도가 큰 여신금융사는 신용평가회사에 목을 매다시피 한다.

 현대캐피탈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잇따라 칭찬을 받았다. 이달 초엔 미국의 S&P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S&P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가 지속되고 일부 국가 및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현대캐피탈은 2012년 피치(Fitch)로부터 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올려 받았다. 이후 일본 신용평가기관인 JCR에게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인 ‘A+’, 무디스로부터 ‘Baa1(안정적)’을 받는 등 잇따라 신용등급이 상향됐다.

 이 같은 일련의 신용등급 상승은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속할부금융사로서 통합마케팅 전략을 추구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일체화된 사업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해외사업 진출 등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가 균형적으로 이뤄진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S&P의 경우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자회사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용프로파일이 향후 24개월 내에 상향 조정될 수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떤 상황에서도 현대캐피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서의 자금조달 한계성 극복을 위한 조달채널 다각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등급전망 상향을 계기로 해외 채권시장에서의 위상 강화와 실질적인 조달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캐피탈의 영국 현지법인 HCUK가 지난달 말 한국계 금융사로는 최초로 영국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했다.

 ABS는 만기 3.3년에 금리는 기준금리(1개월짜리 Libor)+0.4%로 현지의 다른 자동차금융회사보다 발행조건이 양호하다. 총 발행규모는 3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5310억원이다.

 실제 지난해 8월 GM(General Motors)의 금융계열사인 GMAC(General Motors Acceptance Company)가 1.6년 만기에 Libor+0.55%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만기와 금리 측면에서 현대캐피탈보다 불리했다.
 
 HCUK의 발행증권은 자동차할부금융채권이 대상자산이고 영국 주요 금융사 중 하나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oyal Bank of Scotland, RBS)이 전량 인수했다.

 RBS증권 오주현 서울지점장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파워와 현대캐피탈의 해외사업 성과 확대가 성공적 발행의 주요인”이라며 “현대캐피탈이 다른 유럽국가에서 ABS를 발행할 경우 이번 사례가 좋은 벤치마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캐피탈 해외사업담당 서상혁 상무는 “HCUK는 출범 1년 만인 지난해에 자산 1조원을 돌파하고 흑자 전환까지 성공했다. 이번 ABS의 발행을 계기로 유럽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이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할부금융사가 HCUK다. 지분은 현대차·기아차·현대캐피탈이 50%, 영국 산탄데르 소비자금융(Santander Consumer UK)이 나머지 50%를 보유하고 있다.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seoms@joongang.co.kr 그래픽="이말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