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동 걸렸으나…미지수의 일경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8·15사건을 수사중인 대판부경은 27일 한국수사당국의 2차 수사자료를 통보 받으면서부터 수사의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다. 문세광과의 공범으로 「요시이·유끼오」부부와 김호룡이 서류 송치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일본국내법적용문제만을 앞세워 멈칫하던 일경이 한국 측의 수사자료를 받자 우선 자료상 드러나는 증거수사에 중점을 두고 수사력을 펴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일경이 어느 정도까지 강제수사를 하고 또 수사결과 범행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과연 이들에게 살인방조 등 예비 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판부의 특별 수사본부는 27일에도 국내수사로는 3명의 공범관계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일본경찰로서는 지금까지 국내법에 따라 수사를 계속, 권총도난 사건과 여권법위반의 양 사건 진상해명에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만 발뺌했다.
엇갈리고 있는 법 해석은 외국에서 재일 외국인이 일으킨 범죄에 대해서는 일본국내 공범에 대해서도 형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설과 범죄자체가 외국에서 일어났어도 일본국내에서 그 범죄에 관한 모의나 준비가 있었다면 국내 공범자에 대해서도 예비죄가 성립된다는 두 가지 법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문세광을 재일 외국인으로 취급하여 문세광이 외국에서(한국) 일으킨 범죄에 대해 적용할 일본국내의 형법조항이 없으므로 이 범죄의 공범에 대해서도 적용할 법규가 없다고 회피하는 주장도 나왔었다.
이 때문에 공범들에 대한 법적용 방향이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한국 수사당국의 강력한 요구로 현재 일본경찰은 이들 3명의 범행사실이 드러난 다음에 법 적용문제를 고려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김호룡에 대해서는 아직 한번도 조사조차 한바 없다. 이것은 일경이 아직도 권총도난사건과 여권법위반 사건만을. 중점으로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구속중인 「요시이·미끼꼬」는 문의 범행을 사전에 알았다는 방증을 경찰이 잡았을 뿐 아니라 구속연기이유 설명공판에서도 재판장이 「미끼꼬」는 문의 한국입국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참고인 조서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미끼꼬」의 공모사실이 밝혀졌는데도 현재 경찰은 「미끼꼬」에 대해 살인방조 및 모의 등의 혐의를 아직까지 추가시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정아래 김호룡은 26일 뻔뻔스럽게도 기자회견까지 자청하고 이번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는 자기를 일본경찰이 감시·미행하고 있다고 경찰을 비난까지 했다.
또한 「요시이·유끼오」는 계속해서 자신과 「미끼꼬」가 문세광에게 속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경찰은 이번 사건에 문세광을 완전 재일 외국인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로 간주하고 문세광의 일본에서의 범죄음모 준비 및 예비사실에 대해서는 수사에 등한히 하고 있는 기미가 하나 둘이 아니다.
첫째로 문은 지난 5월4일 만경봉호에 승선했다고 자백했는데 일본경찰은 만경봉호 승선자 명단을 조사, 문의 이름이 없다고만 할 뿐, 승선자의 명단을 하나하나 「체크」, 동일인이 승선했는지의 여부를 가려내지 않았으며 문이 사용한 가명도 찾지 못하고 승선자 명단에 기재를 안하고는 만경봉호에 부정승선을 할 수 없다고만 단언했었다.
또 문은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하여 배후를 가려낼 수 있는 자금출처수사에 대해 일본경찰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는 핑계로 수사의 손을 대지 않아 왔다. 경찰은 28일부터 한국수사자료를 근거로 문세광이 버렸다는 권총「케이스」등 표면상 드러나는 물증수사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한 일경수사간부는 한국이 3명의 공범들에 대해 신병인도를 요구한다해도 신병인도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일경수사는 어느 시기에 가서는 다시 한계성을 드러낼 공산이 없지 않은 것이다. <대판=양태조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