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에 대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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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든 경제체제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천한다. 항구적인 것이 없다는 인세의 원칙에 경제체제만이 예외일 수는 없다. 경제체제가 변천하는 이유는 항상 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서 체제가 변천하는 양상이 달라진다. 이 도전에 대한 대응책이 순조롭게 발견된다면 체제 역시 서서히 조화있게 변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체제 또한 돌변하며 때에 따라서는 붕괴할 수도 있다.
금세기에 들어온 이후로 자유경제체제는 두 개의 큰 도전을 받아왔다. 하나는 공황과 실업이었으며 이것은 1930년대의 선진 자유주의경제가 직면한 도전이었다.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는 거의 없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파시즘」의 대두로 이 도전에 굴복하고 말았고, 미국이나 영국 등은 「케인즈」이론의 대두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에 대한 능동적이고 성공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끝내 2차대전이란 비극에 의하여 피동적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이다.
대전 이후로 약 25년 동안 세계경제는 순조로운 발전과 번영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발전과 번영은 그 속에 또 하나의 커다란 도전을 배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내지 「스태그플레이션」이 바로 이것이다. 「인플레이션」은 5년 동안 자유경제에 점점 착근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최근에 와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변모하였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도전이 심각한 기본적인 이유는 첫째, 현대 자본주의국가가 지향하는 「복지국가」이념의 추구자체가 장기적인 「인플레」의 요인을 배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완전고용을 이룩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또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등의 책임을 지는 것이 복지국가의 이념이라 할 수 있다. 이 이념의 추구는 항상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세계적으로 「인플레」가 장기적으로 지속된 것은 자본주의의 역사상 희유의 일이었다. 19세기의 영국이나 미국의 가격의 변동을 보면 물가의 장기적 상승보다는 장기적 하강이 일반적인 경향이었고 20세기에 와서도 1차 대전 후 2차 대전까지의 기간에도 「인플레」보다도 「디플레」가 일반적인 추세였다.
「인플레」에 만성이 된 우리에게는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분명히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 당시에는 자본주의국가의 기본원리는 자유방임이었고 복지국가는 아니었다. 자유방임은 「인플레」적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적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복지국가」는 「인플레」적인 체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다 최근에 와서는 자원의 문제가 겹치게 된 것은 오늘날의 「인플레」를 심각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자원파동은 아마 앞으로도 간헐적으로나마 계속 「인플레」를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
오늘날의 「인플레」의 통제는 40년 전의 실업의 구제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과거의 실업은 주로 하나의 국민경제단위로 대처해 나가기가 쉬웠다. 「케인즈」이론대로 수입을 막고 금융재정의 팽창을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플레」는 국제적인 것이기 때문에 각 국가단위로 그것을 막기가 어렵게 되었다. 모든 나라들이 그 정책의 방향을 조정하지 않는 한 그것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하튼 「인플레」의 도전에 대한 대응책이 순조롭게 발견되지 못하면 큰 「인플레」는 큰 「디플레」로 급전할 우려가 없지 않다.
조순<경제학·서울대 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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