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풀어주지 못하는 수사 중간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 저격범 문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부진하다. 문의 범행모의·권총입수·자금조달 등이 외국인 일본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국내 수사진으로는 수사에 애로점이 많을 것으로는 짐작된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공범 존재여부 수사자체도 공개수사의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수사본부에서의 수사발표는 거의 범인 문의 자백에 의존한 것이라 해도 과히 망언은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공범의 행적이 밝혀지고 있지 않아 물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문의 심경변화를 기다려야 하는 수사본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수사 중간발표를 보면 일본 경찰의 발표나 일본 신문의 보도를 확인하고 이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씻을 길이 없다. 우선 떠오르는 의문만 하더라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범인 문이 흉악무도한 인간이기는 할지라도 모와 형제·처자식을 두고 일금 1백 30만「엥」정도의 돈에 팔려 목숨을 걸고 국가원수 저격을 기도할 수 있었을까. 둘째 조총련의 지령에 의해 국가원수를 저격하려는 범인이 권총을 구하러 일부러 「홍콩」 암시장까지 갔다가 돈이 떨어져 한국 입국을 포기했다는 설을 믿을 수 있을까. 세째 한국에 초행인 범인이 신축 후 얼마 안되는 국립극장의 내부구조에 어떻게 익숙할 수 있었는가. 네째 달려가면서 표적을 맞힐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범인이 실탄사격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걸 생각할 수 있을까. 다섯째 범인 문의 부모가 어떻게 한국여권을 가지고 부산에 입국할 수 있었으며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었는가.
물론 수사본부로서는 알고 있는 것을 다 발표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대 일본 경찰관계를 고려하고 국내 공범들의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하여 확증을 얻기 전에는 발표하지 않는지 모른다. 우리 신문에 발표하기 전에 일본경찰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여 수사의뢰를 해야할 일도 있을 것이요, 수사·선동·무기제공·자금제공자들의 명단발표를 삼가고 결정적인 증거를 잡게 하여 이들을 구속하는 것이 경찰수사의 상식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사본부의 단편적인 발표는 국민의 궁금증을 너무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범인이 완쾌되었다고 하기 때문에 수사본부는 범인의 심경변화만을 기다리지만 말고 일본 공안당국과도 좀더 긴밀히 협동, 좀더 적극적인 수사를 해야할 것이다. 범인이 훔친 권총 한 자루를 대판만에 버렸다고 한 자백이 허위자백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 한 가지만으로도 우리 수사진이 지나치게 자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좋지 않은 인상을 국내외에 주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과 같은 어려운 국제적인 형사사건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더욱 총력을 기울여서 과학수사를 벌여 증거위주의 만인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발표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까지의 발표로 북괴의 지령사실을 알고 통분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결과의 발표는 단편적으로 매일 할 것이 아니고 완전한 수사결과가 드러난 다음에 발표하더라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노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즈음 불철주야 범죄수사에 노심하고 있는 수사관들의 노고를 동정하면서도 주마가편하고자 하는 국민의 심정을 이해하여 수사본부는 완전수사의 개가를 올려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