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의정부 경민고 신성수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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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과 함께 '한사랑 솔수펑이 장학회'를 설립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7년째 도와온 의정부 경민고등학교 신성수(42.한문)교사.

신교사가 장학회를 세운 것은 1996년.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생겨나자 이들을 도울 궁리를 한 끝에 담임하던 제자 40여명에게 장학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가정이 어려운 급우들에겐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주는 학생들에겐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가르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신교사는 장학회 이름도 소나무처럼 푸르게 성장하라는 뜻에서 '솔수펑이'(소나무가 있는 숲의 우리말)로 지었다.

신교사의 제안에 제자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박봉에서 떼어내고 제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자퇴 위기에 몰린 학생들을 하나둘씩 돕기 시작했다.

이렇게 출발한 장학회에서 1년에 20만원 정도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무사히 마친 중.고교생들이 지금까지 20여명. 2년 전부터는 학부모 7~8명이 후원인으로 참여할 정도로 장학회 사업이 알려졌다.

신교사의 형편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부친의 빚을 떠안는 바람에 14년째 월급을 쪼개는 처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신교사는 부모님이 안 계신 제자 임모(19)군을 데리고 살며 친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그는 "장학 혜택을 받았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 자신도 후원하겠다고 연락해 올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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