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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숙 장관 전격 경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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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해임 건의를 받고 윤 장관을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정 총리가 대통령에게 전화로 해임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전화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해임을 결정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현 정부 첫 문책성 경질이자 정 총리의 첫 해임 건의권 행사였다. 지난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라 이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윤 장관은 전남 여수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자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어 유감”이라며 “재발할 시에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번이 사실상 대통령의 마지막 경고였다”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 실수는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가 해임건의권을 행사해 경질까지 이어진 것은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 해임 건의 전화 받자마자 승인”

당시 고건 총리는 “아이 사랑 않는 선생 몇 놈” 등의 발언을 해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산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노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고건 총리는 같은 해 윤덕홍 교육부총리에 대해서도 해임을 건의했지만 윤 부총리가 자진 사퇴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질은 신속히 이뤄졌다. 정 총리가 오후 4시50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윤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자 “해임 건의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오늘 중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총리는 오후 5시25분 대정부질문이 끝난 다음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윤 장관을 불러 사실상 해임을 통보했다.

 당초 정 총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해임 건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후에 기류가 바뀌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 총리가 해임 건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감을 거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관련 부처에선 안일한 태도로 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이튿날인 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여수 사건의)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 2차 피해자는 어민”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3일 JTBC ‘뉴스9’에 출연했을 땐 손석희 앵커가 “언행이 왜 자꾸 구설에 오르냐”고 질문하자 “인기 덕분”이라고 답했다.

신용호·김경희 기자

정 총리 첫 해임건의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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