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 흔들어 총알 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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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버님 어머님께 드립니다.
살인을 한 이 불효자식이 무어라고 변명하겠습니까? 단 가난 때문에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부조리가 얽히고 얽힌 이 세상에 살다보니 빈부의 차이 때문에 고통을 겪고 또 유혹하는 시대 변천의 유행에 뒤질세라 이런 범행을 저지르나 봅니다.
이 불효자식의 죄 때문에 어머님 아버님이 치러야할 주변의 멸시와 천대 그리고 경찰들의 질책으로 곤욕을 감수해야할 어머님 아버님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어머님! 그토록 계절마다 때마다 걱정해 주시고 염려해 주신 어머님, 저의 친 엄마보다도 더 절실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신 모정에 이 불효자는 끝내 한시바삐 인생을 청산함으로 써 조금이나마 마음에 가시를 제거해 드리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정수씨는 정말 그 스스로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게 그분이 제가 잡은 총구를 흔드는 바람에 총알이 나갔습니다.
구로동 건은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로 인한 피해자 여러분, 정말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죽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데 조금이나마 사죄를 드리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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