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유산, 돈으로 사고 팔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영국「대영 박물관」유료제 폐지, 다시 무료 공개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의 대영 박물관을 다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됐다.
「다시 무료」라는 것은 지난 정초부터 몇 달 동안 처음으로 입장료를 받아오던 것을 폐지하고 다시 무료로 공개키로 했다는 것이다.
근 1백년 동안 누구나 돈 내지 않고 드나들 수 있었던 전통을 뒤엎고 박물관 관계당국이 우리나라 돈으로 약 1백원의 입장료를 받기로 했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것은 방대한 규모의 박물관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적지 않은 경비가 필요하고 또 입장료래야 누구나 낼 수 있는 정도의 것이니까 돈을 받아도 무방한 것이 아니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유럽」대부분의 국가, 심지어는 공산국들에서도 박물관의 입장료를 받는 것은 모두 그러한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곳의 정부관계당국은 급기야 몇 달만에 다시 유료제를 폐지하고 무료입장제로 환원키로 했다. 그것은 일반은 물론이고 박물관과 정부요로 안에서도 유료입장제를 채택한데 대한 반대의 소리가 끈덕지게 높아져 왔던 까닭이다.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인류조상들이 남긴 빛나는 문화적 유산들은 어느 기관이나 개인의 것이기보다는 인류전체의 것이며 그러한 유산들을 볼 기회를 돈으로 사고 팔기에는 너무나 고귀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볼 기회를 사고 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입장료의 값이 단 1원이건 또는 1만원이건 간에 조상들이 남긴 공동의 유산을 이를테면 장사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고 우리들에게 고귀한 유산을 남긴 조상들에 대한 위독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입장료가 누구나 쉽게 낼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하는 문제이기보다는 공공기관인 박물관이 한푼이라도 돈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판단으로서는 입장료를 받는 것은 원칙상 옳은 일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영 박물관은 다시 무료로 문을 열어놓게 되었다. 모든 것이 돈으로만 따져지기 쉽고 또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이러한 이야기는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