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릉 확인 명문양각 전돌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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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순 특파원】만주의 고구려 광개토대왕릉을 입증하는 글자가 새겨진 돌 벽돌 한 장이 지난18일 일본경도의 한 고 서점에서 발견됐다.
만주 통 구에 있는 광개토대왕 비로부터 1km떨어진 태 왕릉에서 출토된 것임이 분명한 이 명문 석전은 동경 한국연구원장 최서면씨가 일본 곳곳을 뒤진 끝에 찾아냈는데 길이 28cm, 폭 16cm, 높이 2cm의 직6면 체로 한쪽 옆구리에「원태왕릉안여산고여악」(원컨대 태왕릉이 산처럼 편안하며 묏 부리 같이 굳기를)이라는 10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1884년 첩보임무를 띠고 청나라에 들어갔던 당시 구 일본 육군4사단 소속「구리스」(율유)대위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이 석 전은 한국학계에서 오랫동안 입수하기를 바라던 귀중한 유물-.
이날 밤 탁본과 사진자료 등을 가지고 서울로 떠난 최씨는『이 석 전에 왕릉임을 입증하는 태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광개토대왕 비 근처의 태 왕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태 왕릉이 곧 광개토대왕릉일 가능성이 많다』고 밝히고 이 유물을 국립박물관에 보관토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씨에 의하면 일본 대판의 상전이라는 사람이「구리스」대위에게서 두 장의 석전을 입수, 그중 한 장은 벼루3개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어 갖고 명문이 들어 있는 문제의 한 장을 가보로 물려 왔었는데 이것이 우연히 고 서점으로 흘러나온 것을 경도대 교수 이원식씨 연락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최씨의 석 전 입수소식을 전해들은 최순우 국립박물관장 등 한국 학자들은『90년 동안 사장돼 있던 귀중한 고구려 유물을 일본에서 우리 손으로 찾아낸 것은 큰 기쁨이지만 일반적으로 왕을 지칭하는 태왕이라는 두 글자와 광개토왕비 근처의 고분에서 이 석 전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광개토대왕릉이라고 속단하기에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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