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해진 검사도 … 임관 뒤 석 달간 수사 안 맡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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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검사 43명의 임관식이 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앞줄 오른쪽)과 신임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2012년 11월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사 실무 수습을 받던 전모(30) 검사는 절도 사건 피의자 A씨(43·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가졌다. 이른바 ‘성추문 검사’ 사건이다. 로스쿨 1기 출신으로 그해 4월 검사로 임용된 그는 일선 청에 파견돼 실무를 배우고 있었다. 이 사건은 이른바 ‘뇌물 검사(김광준 검사)’ 사건과 맞물려 ‘검란’의 단초가 됐다. 신임 검사들에 대한 인성·윤리교육의 필요성도 강하게 대두됐다.

 대검찰청이 5일부터 신규 임용 검사에게는 임관 이후 3개월까지 독자적인 검사 업무를 맡기지 않는 방안의 시행에 들어갔다. 대검은 이날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신규 검사 43명의 임관식에 맞춰 ‘신임 검사 지도 강화방안’을 전국 검찰청에 배포했다. ‘성추문 검사’ 사건을 필두로 ‘뇌물 검사’ ‘해결사 검사’ 등 최근 몇 년간 비리와 추문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이에 따르면 신임 검사들은 임용 후 3개월 동안 선배 검사들의 지도를 받는 일종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 기간 동안 각종 영장 청구나 사건 처리를 독자적으로 하지 못한다. 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도 하지 못한다. 대신 신임 검사들은 1년간 형사부 내 수사팀에 배치돼 사건 처리 에 대해 개별 지도를 받는다. 형사부 부부장검사 또는 경력 8년 이상의 검사를 지도검사로 해서다. 대검 관계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수사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 마련한 방안”이라며 “수습 교육을 통해 검사로서의 자질과 품성, 윤리의식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도 검사들의 공직자 의식을 강화하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철학과 목표의식을 담은 ‘검사도(檢事道)’를 체계적으로 정립하기로 했다. 여기엔 청렴, 명예, 공평무사, 정의 존중 등의 가치가 포함된다고 한다. 검찰 창립 66년 만의 첫 시도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장관은 방송인 에이미(32·여·이윤지)의 성형수술비 반환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전모 검사 사건(‘해결사 검사’)이 터지자 “검사들에게 정신개조에 가까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연수원은 검사 교육 프로그램에 검사도를 반드시 넣도록 하고 검사도를 전담할 연구위원도 지정키로 했다.

 한편 이날 새로 임관한 조혜민(26·여) 검사 등 신임 검사 43명 중에는 여성이 23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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