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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활로 찾게 5년간 1조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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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4년도 정기총회가 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렸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총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등록금 동결, 인하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구 세종대 총장(서있는 사람)이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정부가 대학 정원 감축과 연계해 지방대에 5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지방대 특성화사업 계획을 5일 발표했다. 대학 정원이 줄면 지방대만 고사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별 특성화를 통해 활로를 찾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수도권대 특성화사업으로는 올해 546억원 등 5년간 300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특성화사업 대상 대학을 선정하면서 향후 3년간 정원을 줄일 경우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6년까지 대학정원 4만 명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사실상 대학구조개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이번 특성화 사업에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불이익을 받도록 했다. 국립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하고, 사립대는 대학평의회를 구성해 개방형 이사 임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재정지원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연계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방대 특성화사업으로 향후 5년간 매년 2000억원씩 지원키로 했다. 지방 4년제 대학 중 경영부실대학·과학기술원·대학원대학 등을 제외한 126개 대학이 사업단을 꾸려 4월 말까지 신청하면 평가를 거쳐 6월 지원 대상을 정할 계획이다. 정원 규모에 따라 한 대학이 최대 6~10개 사업단을 신청할 수 있다. 60~70개 대학 240여 개 사업단이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교육부는 예상한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고교 졸업생이 급격히 줄면 지방대가 위기를 맞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특성화 분야를 지원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명품대학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대가 지역 산업체와 연계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이론 위주가 아니라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공학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게 목표다.

 대학이 특성화 분야를 정해 신청하는 ‘대학자율형’(지원금 60% 배분), 인문·사회·예체능·기초과학·국제화 분야를 육성하는 ‘국가지원형’(지원금 25%), 지역산업과 연계한 ‘지역전략형’(지원금 15%)으로 나눠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학 등으로 특화하겠다고 나서는 지방대도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규모가 큰 대학이 싹쓸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원 규모별로 지원금을 배분한다.

 특성화 대상 선정 지표에선 전체 취업률이 아예 빠졌다. 대신 대학이 특화하려는 분야에 취업을 얼마나 했는지, 산학협력 실적이나 취업·창업지원 실적이 있는지, 학부생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 정성지표가 대거 포함됐다.

 사업단 선정에선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르는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정원을 3.5~10% 이상 줄이는 대학에 가산점 3~5점을 준다.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는 대학에 배정한 점수가 가산점 포함 6.5점이다. 총장직선제 폐지 절차를 완료하지 않은 국립대, 대학평의회를 설치하지 않은 사립대는 2.5점 감점을 받는다. 26개 국립대와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목원대가 타깃이다.

글=김성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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