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전망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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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석탄소비를 억제하고 유류사용을 권장하겠다는 연료정책의 전환예보는 또 한번 주부들을 갈팡질팡하게 하고 있다. 석탄소비를 억제한다면 「배급제」로나마 적어도 방에 땔 연탄을 살수는 있게될 것인지, 지난 석유파동 때 연탄용으로 바꿨던 「보일러」들은 다시 기름용으로 개조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지난봄처럼 극심한 연탄기근이 다시 중소도시에 몰아치는 것은 아닌지… 주부들의 걱정은 꼬리를 물고 있다. 전기로 난방시설을 하면 요금까지 할인해주겠다는 한전의 장려정책에 따라 전기장판을 놓았다가 골탕을 먹었던 주부들, 기름「보일러」를 시설했다가 타격을 받은 주부들, 다시 연탄으로 「보일러」를 고쳤다가 어쩔 줄 모르게된 주부들은 한푼한푼 절약해 가정의 장기난방대책을 세워보려던 알뜰한 계획이 늘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을 원망하고 있다. 난방시설의 개조나 월동비에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대부분의 가정은 여름부터 난방대책을 세워가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단계에서 명확한 해답을 구할 수는 없더라도 돌아가는 사정의 전모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기름과 연탄의 수급전망, 건축가들의 의견, 그리고 주부들의 경험담과 건의를 모아본다.
작년10월 이후의 기름파동이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석탄부족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올 겨울 석탄의 부족현상이 심각하리라는 점을 예상, 석탄소비를 제한하고 기름사용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탄부족문제가 이렇게 여름철부터 대두되는 것은 비수요기인데도 연탄의 수요가 전례 없이 늘어나 겨울철을 앞둔 저탄목표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서 발단되었다.
올해 석탄수급계획에 확정된 저탄목표는 9월말까지 서울 1백만t, 지방1백50만t으로 모두2백50만t을 확보, 겨울을 넘기기로 돼있다. 그러나 지난6월말 현재 서울의 저탄실적은 37만t으로 6월말 목표 44만t에 비해 7만t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삼복을 앞둔 초여름부터 저탄목표가 채워지지 못했으니 겨울을 앞둔 9월 저탄목표를 채우기는 더욱 어려운 형편이고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올해는 기름파동 아닌 연탄파동이 오리라는 것은 벌써부터 짐작이 가는 일이다.
석탄이 이처럼 모자라는 것은 생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데다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증가는 실제로 사용량이 늘어나서 일어나는 것과 앞으로 수급사정이 어려워지리라는데 대비해서 미리 사두는 가수요가 겹쳐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석탄에 대한 수요가 급작스레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기름 값이 너무 많이 올라 가격차가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열량기준으로 석탄 값이 1백원 든다면 「벙커」C는 3백원, 경유는 3백50원이나 비싸게 먹혀 기름을 쓰던 사람들이 석탄으로 몰리는 현상을 빚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석탄으로 쏠리는 수요를 억제하고 기름쪽으로 돌려서 석탄이나 기름이 다같이 모자라지 않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 정부대책의 핵심이다.
그 방법은 기름 값과 석탄 값의 차를 좁혀서 자발적으로 석탄대신 기름을 쓰는 사람들을 늘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정적으로 석탄사용을 억제하는 길밖에 없다.
따라서 경유와 등유 값을 일부 내리는 문제라든가 또는 중탄(31공탄)생산을 중단시키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기름 값을 내리는데는 석유회사들의 적자 때문에 석탄과 비슷한 정도까지 내릴 수 없는 고충이 있고 중탄공급을 중단시켜도 19공탄으로 대체 소비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방안은 되지 못한다.
앞으로 세부대책이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전망을 내릴 수 있겠지만 하옇든 기름 값이 너무 많이 오르고 석탄은 생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므로 쉽게 균형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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