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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의원들 지금은 무엇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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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은 제26회 제헌절. 2백8명의 제헌 의원 가운데 77명이 생존해 그 때의 감회를 더듬고 있다.

<상당수가 생활에 위협>
이들은 대부분이 정계를 떠났거나 와병 중이고 생활에 위협을 받는 불우한 사람도 적지 않다.
제헌 의원은 6·25동란 때 51명이 납치됐고 10명이 피살 됐다.
아직 관직에 있는 사람은 홍성하(금통위원) 박찬현(주인도대사) 양씨뿐이며 곽상훈씨가 국민회의 대의원으로, 성악서씨가 성균관장을 맡고 있다.
임영신(육영사업), 표현태(학원재단이사장), 정두연(목사), 정준(도덕재무장운동 한국본부장), 김인식(청우회 부회장), 김기철(천주교신도회간부), 김영기(제헌동지회 총무간사), 황호현(정동교회 장로), 최범술(다솔사주지), 서순영(변호사), 윤재욱·권병로(의사)씨도 아직 일을 맡고 있을 뿐 허정 이인 윤치영 이윤영 홍익표 이재형 나용균 이정래 이상돈 조영규 장기영 진헌식 최헌길씨 등은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김상돈 조한백 홍길선 권태욱씨 등은 미국과 일본에 이주 혹은 장기 체재 중.
조영규씨 등 9명이 병석에 있으며 윤병구씨 등 10명은 고향에서 농사를 돌본다.

<후기 의원, 형편 좋은 편>
제헌 국회부터 9대 국회까지 금「배지」를 단 연인원은 1천8백52명. 이 중 재선 이상의 다선 의원이 5백84명이므로 1천2백68명이 금「배지」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5·16이전까지의 의원과 5·16이후의 의원으로 대별할 수 있다. 후기의 의원들은 전기 의원에 비하면 의원직을 갖지 않고 있어도 비교적 형편이 좋다. 장관으로부터 집장사·외국 이민까지 다양하다.
8대 공화 의원이었던 길병전·정진화씨는 공동으로 무교동에 전주 비빔밥집을 냈으며 김수목씨는 소금구이 집에 다시 손댔는가 하면 강근호 김달수씨는 양복점을 각각 차렸으며 박종율씨는 새 기르기를 기업화하고 있다.
기세풍 강필선씨는 시골에서 양조장을, 정판국씨는 월간「스포츠」사를, 신용남씨는 「서울 온천」을, 우홍구 박준호씨는 각각 인쇄소를 경영하고 있다. 우씨는 국회의원들의 「캘린더」 인쇄를 맡으러 국회 주변을 손수 뛰어다니는 열성파.
6대 이후 의원 중 관직으로 또 옮겨 장·차관, 대사, 교육감, 선관위원 등을 맡은 사람은 10여명이나 되며 5·16혁명 주체로 원내에 들어갔던 정치인 가운데는 △경남「펄프」사장 길재호 △「호텔·롯데」사장 김동환 △「롯데」전자 사장 신윤창 △제7비 사장 이원엽 △남광금속 사장 조남철씨 등이 경제계로 진출했다.
이밖에도 예전 사업을 계속하거나 새로 기업에 참여한 사람으로는 △김성곤=쌍룡「그룹」 회장 △김정렬=삼성물산 사장 △이원만=한국「나일론」회장 △이동령=「아시아」「시멘트」회장 △유광현=교원공제회 전무 △이원영=대한잠사 회장 △최종성=조경공사 사장 △정태성=삼화봉조 사장 △김성철=풍전산업 회장 △박승규=성아물산 회장 △김호칠=도남물산 대표 △이구선=미강건설 사장 △최석림=삼흥수산 대표 △인태식=동아중건설 사장 △이우령=여수 한성무진 사장 △최수룡=유풍피혁 대표 △이민우=한성「프리헤브」사장 △강재구=영남주물 사장 △최돈웅=경월소주 사장 △신동준=「유니·로얄·타이어」판매 사장 △김유택=자동차보험 사장 △이동진=고려합섬 고문 등.
이들은 모두 공화당 출신이지만 야당 출신으로도 △김세영=고목탄광 사장 △김익기=운암광산 사장 △연주흠=연흥산업 회장 △정규헌=독립산업 이사 △조흥만=한영공업 사장 등이 사업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변호사 복귀만도 17명이나>
변호사로 복귀한 사람도 많아 6,7,8대 의원 변호사는 17명. 장덕진·박병선씨는 고향인 청주와 예산에서 각기 병원을 다시 차렸고, 교육계로 복귀한 사람으론 윤천주(부산대 총장)씨 등 10여명.
김성희씨는 외대 무역 대학원장, 박노선씨는 군산교대학장, 최두고씨는 부산 동성학원이사장, 오원선씨는 연세대 재단이사, 김인씨는 상주남산학원 이사장, 변종봉씨는 합천근화학원 이사장, 김종갑씨는 인천선인학원 이사로 있고 박순천씨와 신진욱씨는 안양과 대구에서 학교경영을 하고 있다.

<「차기」를 위한 당인 적어>
전직 의원들이 많이 손대기로는 농장을 꼽을 수 있다. 강성원·박태원·전휴상·윤재명·김창근·양순직씨 등이, 서범석·조시형·이령진·이영호·이상희씨도 목축 겸 농장을 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오치성·조홍래씨는 미국에 수학 중이고 김형욱·박기출 양씨는 미국과 일본에 장기 체류 중이다.
김재화씨는 일본에서 사업을 계속 중이고 김성진씨는 미국으로 이민.
5·16이전에 활약했던 전 의원은 대부분 은퇴했거나 많이 타계했고 현재 활동 중인 사람은 적다.
김영선씨가 주일대사로, 김용우씨가 적십자 총재를, 송방용씨가 경제 과학 심의회 상임위원으로, 신도성씨가 영남대 부총장으로 있고 몇 사람이 경제계와 법조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봉재(대한유리 회장) 강성태(전경련 이사) 박만원(보국증권 회장) 손도심(고려청기와 사장) 국쾌남(세기상사 회장) 계광순(한국제포 회장) 원용석(혜인중기 사장)씨 등이 경제인으로, 김갑수·김선태·박세경·윤형남씨 등이 변호사로, 이병하씨가 공증인으로 일하고 있다.

<복역 중인 사람도 7명이나>
전직 의원 가운데는 옥고를 치르고 있는 이들도 있어 조윤형·이종남·김상현·김한수·유갑종·조연하·장준하씨 등 7명의 전 신민당 소속의원들이 복역 중이다. 이 가운데는 생활이 어려워 어느 부인은 월부책 장사를 하고 있는 형편.
전직 의원 중에는 공직이나 취직은 아예 눈을 돌리고 「차기」를 겨냥해 정당 활동에만 전념하는 순수 정치인도 있어 김의택·양일동·유청·이만섭·신광순·박현숙씨 등이 당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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