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주유종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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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탄 공급이 부족하니까 유류 혁명이니 하여 석유 소비를 권장하던 정책이 세계적인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또 갑작스레 주탄종유 정책으로 대 선회를 했다가 이번엔 또다시 석탄 소비를 억제하고 유류 소비를 권장하는 정책을 쓰겠다 하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그야말로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연료 수요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탄 증산률은 일정하므로 부족분은 부득이 수입을 하여서라도 메울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 수입 연료는 경제적으로 유리한 것이어야 하므로 결국 석유로 국내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 연료의 수입을 주탄종유이건 주유종탄이건 간에 부득이한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산술에 불과한 정책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모든 여건을 전제로 하여 장래의 연료 수급 정책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고 합리적이냐 하는 점이 전혀 망각되고 있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해 우리처럼 만성적인 외화 부족국은 외화 지출 증대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지상 과제이다. 이것은 석유 수입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우기 석유는 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비단 경제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안보면에서의 이유에서도 그러하다.
72년 당시 2억5천만「달러」분을 수입했던 석유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매우 힘겨운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무려 10억「달러」분의 수입을 예정케 하고 있지 않은가. 올해 상품 수출 목표 45억「달러」로 얻을 수 있는 순가득액 약25억「달러」의 무려 절반에 가까운 돈이 석유 수입에 충당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한가지만으로도 우리의 경우 무턱대고 석유 소비를 권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앞으로 석유 수출국들은 또 석유값 인상을 획책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석유 소비 권장 정책은 스스로 산유국의 불장난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유종탄 정책으로의 전환은 국내 자원의 개발 촉진에도 어긋나고 국민 생활의 부담을 또한 증대케 하는 일이 된다. 국내 자원의 부존 상태가 빈약하다면 있는 자원이나마 효율적으로 적극 개발해야 한다. 부존된 석탄 자원도 앞으로 임금 수준이 상승하면 개발하기가 여간 어려울 것이므로 지금 당장 적극 개발하지 않으면 그 경제적 가치가 급감되고, 자칫하면 영원히 사장될 우려조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당국은 수요가 매우 큰 석탄의 개발에 왜 그다지도 소극적인지 도시 이해할 수 없다.
값싼 석탄의 소비 억제와 비싼 유류 소비의 권장은 국민 생활에도 크나큰 부담을 안겨 주는 정책이다. 국민 생활 부담을 보다 향상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정책의 기본과는 크게 어긋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류 소비 권장에의 방향전환은 이미 엎지른 물이다. 이제 와서 올해의 연료 수요 구조를 대폭 변경시킬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를 달리 어떻게 할 도리는 없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종래의 무정견한 정책이 빚어낸 결과임을 정책 당국은 통감해야 하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어물어물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즉 어떠한 사정 밑에서도 석탄 공급의 증대를 통한 주탄종유는 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장기 「에너지」정책을 검토해야 할 결정적인 고비에 서게 되었다. 정책의 기본 방향이 안이하게 석유 소비에만 매달려야 할 것인지 냉정히 재검토해야 한다.
재래적인 「에너지」원의 부존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지열발전·조력발전·태양열의 이용 등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도 서둘러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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