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휴대전화 모토로라 내리막, 왜? … 외부와의 협력도 과하면 오히려 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1973년 최초로 상용 휴대전화를 개발한 모토로라. 한때 피처폰의 강자로 군림했던 모토로라는 스마트폰 시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부는 2012년 구글에 인수됐지만 최근 중국업체 레노보에 다시 팔렸다. 전 세계 각지에 너무 많은 협력관계를 구축해 놓은 게 패인이었다. 대만·한국 등지의 업체와 제조자개발생산(ODM) 관계를 맺으면서 단말기 제조방식이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네트워크 관리 비용은 갈수록 불어났고 스마트폰 연구개발(R&D) 능력은 뒤처지고 말았다.

 “뭐든지 과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합한 사례입니다.”

 4일 전화 통화에서 강진아(47·사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대학원 교수가 딱 잘라서 얘기했다. 그는 제자인 박군호(33) 박사와 함께 쓴 ‘협력 중독(alliance addiction)’이란 논문으로 최근 주목받았다. 이 논문은 ‘크리에이티비티 앤 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란 유럽의 유명 저널에서 2013년 우수 논문 톱4에 선정됐다. ‘크리에이티비티 ’는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에서 경영학 분야 우수 저널로 등재돼 있다.

 이들의 논문은 특히 ‘협력’(alliance)에 관한 통념을 뒤엎었다. 찬사도 많이 받았지만 반발도 거셌다. 강 교수에 따르면 기술과 인적자원, 고객까지도 공유하는 기업간 협력은 90년대 높은 R&D 비용과 혁신(innovation)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논문은 기업이 지나치게 외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그것에 의존할수록 결국 독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선 내부의 인적 자원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내부 R&D 능력의 약화로 이어지면서 혁신 자체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간 협력에 ‘경고장’을 보낸 강 교수. 정작 그 자신은 ‘과학’과 ‘경영학’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는 카이스트(KAIST)가 생긴 첫 해 자연과학부에 입학해 경영과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기획에 입사했던 그는 95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5년 서울대에 최초로 ‘기술경영’ 분야 풀타임 교수로 부임했다.

 기술경영을 강의할 때 그는 ‘숫자를 해석해내는 수리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도덕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친다. ‘기술중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강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당시 주위엔 물리학과나 수학과 출신이 많았다고 한다. MBA에서도 1등은 공학도가 차지했다. 강 교수는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월스트리트에 입성하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들은 몇 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주범으로 지탄 받았다. 강 교수는 “학문적 소양도 뛰어나야겠지만 공부를 하면서 윤리적 의식도 함께 함양해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