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자 절반이 특목·자율고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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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반 고등학교에선 서울대 한 명 입학시키기도 힘들어요.”

 2014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결과가 발표된 4일 대전 지역 한 여고의 진학담당 A교사(52)는 한숨을 쉬었다. A교사에 따르면 일반고인 이 학교에서는 올해 한 명도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일반고 수는 1524개로 전체 고등학교(2318개) 셋 중 두 개가 일반고다. 학생 수로는 전체의 71.5%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특목고, 자율형 고등학교, 특성화고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 합격자 수는 일반고 출신이 1580명(47.3%)으로 전체 합격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고 합격자 수는 전체의 53.4%(1795명)였다. 1년 만에 6.2%포인트 감소했다. 일반고 평균으로 따지면 한 학교당 겨우 한 명 정도 입학하는 셈이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이라도 배출한 고교 수는 831개로 지난해(912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특수목적고·자율형 사립고는 약진했다. 외국어고·과학고·예술고·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 비중은 31.5%로 지난해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과학고(14%·영재고 포함)와 외국어고(11%)·국제고(1.6%) 출신은 전년 대비 각각 2.4%포인트와 1.5%포인트·0.5%포인트씩 증가했다. 자율형 사립고 출신 비중은 17.2%로 2.8%포인트 증가했다.

 입시전문업체인 (주)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합한 비중이 절반(51.3%)을 넘었다는 것은 현 고교 교육 시스템의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정부가 특목고의 우수 학생 싹쓸이를 막기 위해 고교시험 선발을 없앴던 첫해 졸업생이 입학했는데도 오히려 특목고 출신 입학생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수시와 정시를 합한 2014년 전체 합격생 중 여학생 비율은 3년 연속 늘어 올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한 여학생은 1372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41%를 차지했다. 또 정시모집 합격자(662명)만 놓고 볼 때 재수생과 삼수생 이상 응시자가 52.9%(350명)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 지역 쏠림도 심화됐다. 서울 지역 학생 비중은 38.4%로 지난해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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