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조선」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울 터|현대조선 정주영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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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마디로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지난 연초엔 상오 4시께 혼자「지프」를 몰고 현대조선현황을 돌보다가 짙은 안개 때문에 바다에 추락, 구사일생의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물론 일요일도 없다. 취미라면 오직 일뿐이다.
이런 열성과 억척스러움이 황무지에서 오늘의 현대조선을 이룩했는지 모른다.
대형조선소를 처음으로 계획, 건설하기까지의 애로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단다. 당초 조선소를 세우겠다고 「유럽」에 차관 교섭하러 갔을 때 한국에서 어떻게 대형선박을 만드느냐면서 돈을 돌려줄 생각을 않더란다.
그래서 거북선이 그려진 5백원 짜리 지폐를 내놓고 이 거북선이 이미 17세기 한국서 세계최초로 만든 장갑선 이며 아직도 지폐에 배 도형을 넣을 만큼 한국은 바다와 배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하여 상대방을 납득시켰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물론 주문을 받는데도 무척 고생을 했다한다.
그러나 이젠 현대조선의 기술수준이 공인되어 주문이 밀려들고 있으니 감개가 무량하단다.
정 회장은 현대조선뿐만 아니라 현대건설·현대자동차·현대「시멘트」·금강「슬레이트」등 여러 중공업 업체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우리 나라「랭킹」수위의 건설업체로서 경부·호남·영동고속도로공사의 주역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여러 기업 중에서도 현대조선이 앞으로 주력기업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포부는?
물론 현대조선을 그야말로 세계적인 조선소로서 키우는 일이다. 앞으로 기술수준을 높이고 경영·관리를 개선하여 국산화제고와 원가절감에 힘쓰겠다. 조선뿐만 아니라 선박수리공장도 만들어 외화를 보다 많이 벌 수 있도록 하겠다.
경영면에선 주식을 공개하고 외국선주들에게도 주식 참여의 기회를 주어 현대조선을 명실상부한 세계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
조선공업의 애로는?
강재 등 원자재 구입과 대학출신의 「엔지니어」및 기능공의 확보 문제다. 특히 현대조선은 우리 나라에서 대형조선소를 개척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러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런 애로를 무릅쓰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26만t급의 유조선을 완공한 소감은?
무척 기쁘다. 오늘이 있기까지 모든 지원을 다 해준 박대통령 각하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러나 26만t의 선박을 완공했다는데 만족하지 않고 국민적인 성원을 앞으로 현대조선을 보다 훌륭히 육성시키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여 더욱 노력하겠다.
현대「그룹」은 정 회장 이하 다섯 형제들이 모두 회사를 하나씩 맡아 경영을 하고있는 것도 특색. 정 회장은 슬하에 9남1여가 있으며 당년 60세(강원도 통천산).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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