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사과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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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과얘기는 아득한 옛날「아담」과 「이브」의 전설시대부터 나온다. 희랍의 대화에도 사과는 많이 등장한다. 이 당시의 사과는 별로 좋지 않은「이미지」를 안겨주고 있다.
다만 이 무렵의 사과란 사실은 요새 사과와는 엄청나게 다른 것이었다. 『창세기』에는 그저 『에덴공산의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라고만 적혀 있다.
사과는 시인들도 곧잘 노래한다. 미국의 소설가「존·업다이크」도 사과 셋을 각각 사랑·영광·돈이라 이름 붙여 노래한 적이 있다.
이처럼 예찬 받는 사과가 미국에 들어오기는 독립전쟁 전부터였다. 그리고 「뉴잉글랜드」지방에서 재배한 사과는 이미 1740년부터「런던」시장에 선보이고 있었다.
사과의 종류는 미국에서 만도 7천 종이나 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실제로 생산되고 있는 것은 10종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만큼 품종개량에 힘쓴 탓이다.
현재는 「골든·딜리셔스」와 「매킨토쉬」가 그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광」은 이미 미국에서는 과거의 품종으로 되어있다. 「업다이크」가 노래한 사과도 물론 국광은 아니었다.
우리 나라에서 사과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기는 50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그 주산지는 대구와 황주였다.
기후며 토질이 제일 알맞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 사과나무의 60%는 이제 50년을 넘은 늙은 사과나무라 한다.
50년 전에 처음으로 나무를 심은 후에 한번도 손을 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더욱이 그 대부분은 미국에서는 이미 재배하지 않는 국광들이다. 국광은 다른 사과들보다 오래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대신 맛은 떨어진다. 그런 사과가 아직도 많다는 것은 품종개량에 거의 힘을 쏟지 않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국광이나 「홍옥」은 나무를 심은 지 7년째부터 열매를 맺고 수령은 50년이면 끝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매가 잘 맺고 맛도 좋은 것은 15년에서 35년 사이다. 겨울에 아삭 입에 씹히는 맛. 국광의 표현하기 어려운 맛을 한 세대전의 시인들은 즐겨 노래했었다. 요새는 그런 시인이 없다. 맛도 그만큼 떨어졌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까.
옛날에는 우리 사과들이 이웃나라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맛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이웃나라들에선 그 동안에 품질개량에 힘쓴 탓이다.
영세경영의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묘목에서 열매가 맺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시일이 걸린다. 향기가 유난히 짙고 맛도 좋다는「스타킹」이며 「골든」의 수령은 20년 정도밖에 안 된다. 묘목 값도 비싸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올만하다. 그러나 가난만을 탓하는 사이에 우리네 자랑거리의 하나가 시들어 간다는 것은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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