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한국문학사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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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근대문학의 기점은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1908년으로 잡아야한다는 이제까지의 통념을 뒤엎고 그기점은 이조 영·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한 김윤식·김현공저『한국문학사』가 최근에 이르러 김용직 김왕연씨등의 거센 반논에 부딪치더니 침묵을 지키고있던 김윤식·김현양씨가 그반론에 대한 강력한 반격을 시도, 문학평논계론 새삼스러운 문학사논쟁에 휘말리는듯한 느낌을 주고있다.
당초 양금씨가 『한국문학사』를 발표할무렵 이작업은 이제까지 우리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온 백철씨의 『신문학사조사』, 조인현씨의 『한국현대문학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점에서, 또 30대평론가에 의해 근30년만에 정리된 본격적 문학사란 점에서 문단의 커다란 관심을 집중시켰었다. 또한 이들이 『한국문학사』를 통해 한국근대문학의 기점을 1908년으로부터 훨씬 소급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학계와 문단으로부터 일단 긍정적인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방법의 문제에있어서 가령 『한듕록』이 우리 근대문학의 기점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취급되어야한다는 주장은 김용직씨에 의해 비판되었고, 김왕연씨는 『한국문학사의 제문제』란 논문에서 양금씨가 우리문학의 시대구분, 즉 우리 문학사를 연대기적으로 기술한것은 의미없는 일이라고 공박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왕연·김현씨가 계간 『문학과 지성』의 편집동인으로 오래도록 문학비평활동에 있어서 같은 입장을 취해왔으며 김윤직·김용직씨가 같은 서울대교수로서 문단적으로 『문학과 지성』 「그룹」에 상당히 접근해있는 문학평논가라는 사실이다.
물론 동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문학에대해 똑같은 의식을 가지라는 법은없지만 김윤식·김현양씨는 월간「한국문학」 7월호에 이제까지의 『한국문학사』의 비판에대한 포괄적인 반격을 시도함으로써 주목을 끌고있다.
김윤식씨는 김주연씨에대한 1차적 반논으로서 『한국문학연구에 있어서의 「장르」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 이 논쟁을 의도적으로 장기화시키려는 느낌을 주었으며 김현씨는 『문학사의 방법과 그반생』이라는 논문을 통해 김주연씨등이 제시한 「근대」의 개념이 자기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것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의 이러한 이논을 앞세운 자중지난(?)은 이들과 이제까지 비평태도를 달리해온 비평가 「그룹」(가령 『창작과비평』「그룹」을포함, 일반문인에까지 확대될 기미를 보이고있어 이 문제는 조만간 범문단적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짙다.
월간문학지 『한국문학』은 우리근대문학사가 근본적으로 새로 쓰여져야한다는것을 전제로 이기점문제를 의도적으로 확대시켜 관심을 가진 모든 문인들의 견해를 순차적으로 게재할 계획이며 이계획이 끝나는대로 국문학자와 사학자까지 참여시켜 한국문학사에대한 총정리를시도하리라한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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