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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맹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하마터면 「컴퓨터」전쟁이 일어날 뻔 한일이 있었다. 1960년 10월 5일의 일이다.
「그린란드」의 한 미군기지에 설치된 「컴퓨터」는 지평선 상에 소련의 「미사일」 폭격기가 나타났음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네브래스카」에 있는 전략공군 사령부의 비상전화에 연결되었다. 삽시간에 모든 공군요원들은 출동태세를 갖추었다. 「미사일」전쟁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이때 출동중지를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가 울렸다. 일순, 전황은 가라앉았지만, 전쟁과 평화의 사이는 불과 30초의 간격이었다.
이런 공포의 순간은 「미사일」 탐지「시스팀」을 갖춘 「컴퓨터」의 착오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서칠라이트」의 조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런 잘못된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오판의 시원을 찾아보면 거기에는 인간이 있었다. 「컴퓨터」에 넣은 정보를 「펀칭」하는 과정에서 잘못한 것이다.
미군 당국은 전략정보분석에 관련된 「컴퓨터·프로그래머」는 2년에 한번씩 교체하고 있다. 또 2년 동안 근무하면서도 「프로그래머」는 6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면밀한 정신분석을 받는다. 그것은 순간적인 정신의 착란으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컴퓨터·시스팀」은 각종무기의 작동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순간적인 「펀칭」의 잘못은 자동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문제는 「컴퓨터」가 아니고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컴퓨터」는 만능에 가까운 정보처리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컴퓨터」자체의 사고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는 제아무리 초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가르쳐 주지 않은 것」까지 기억하는 능력은 없다. 「컴퓨터」의 사고는 「컴퓨터」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고 「프로그램」에 있다.
월남전 당시, 미군의 증파를 요구한 것은 장군이 아니고 「컴퓨터」라는 얘기가 있었다. 전황을 분석하는 한 상사가 「컴퓨터」의 「프로그래머」였는데, 그는 기계적으로 적의 동태만을 가지고 「프로그래밍」을 했다. 해답은 분명히 증파로 나왔다.
여기서의 맹점은 섬세하고 미묘한 변화를 거듭하는 정치의 상황이었다. 「컴퓨터」는 그것까지 영감으로 처리할 능력은 없었다.
가까이 우리 주변에서도 「컴퓨터」에 의한 한 국가시험의 채점이 잘못된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 착오로 낙방한 사람들의 정신적·물질적인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역시 「프로그램」을 맡은 인간의 착오에서 비롯된 사고이다. 인간이 「컴퓨터」를 통해 인간을 학대하는 희극은 실로 웃을 수도 없는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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